"같이 좀 삽시다. 같이", 들개이빨 작가의 <홍녀> - WIIZM WEBTOON (WEBTOON INS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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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녀

"같이 좀 삽시다. 같이", 들개이빨 작가의 <홍녀>


홍녀

official icon "같이 좀 삽시다. 같이", 들개이빨 작가의 <홍녀>

"같이 좀 삽시다. 같이", 들개이빨 작가의 <홍녀>

*작품 감상 후 읽기를 추천드립니다. 본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먹는 존재>로 센세이션을 일으킨 들개이빨 작가는 한겨레 ESC, 여성 생활 미디어 ‘핀치’등에서 <들개이빨의 불암친구>, <족하>등을 연재했다. 독특한 그림체와 걸맞는 시원한 감정표현 등으로 주목을 받았던 작가는 다양한 매체를 통해 자신의 색깔을 굳혀왔다. 그리고 2018년, 저스툰에 총 8부로 완결된 중단편 <홍녀>는 들개이빨 작가의 최신작이다.


작품의 주인공은 만화가다. ‘히어로 특집’을 그리게 된 주인공은 작품 설정에 고민을 거듭한다. 그리고, 어머니가 충격적인 고백을 한다. 본인이 수컷만 골라서 죽일 수 있는 능력을 얻게 되었다는 것. 폐경 즈음해서 능력을 얻게 된 주인공의 어머니는 수컷을 골라죽이면서 다시 생리가 시작되고, 탈모가 완화되는 등 말 그대로 ‘회춘’하게 된다. 어머니는 히어로 설정을 고민하는 딸에게 이 사실을 고백한다. 그리고, 잘 쓰고 있는 반찬통이 “너의 아버지”라고 말한다.


어머니의 능력은 XY 염색체를 가진 존재들을 ‘재활용’하는 것. 말하자면 <강철의 연금술사>(아라카와 히로무, 스퀘어 에닉스)에 등장하는 연금술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사과, 고기, 고추, 케이크부터 가구, 주방용품 및 사무용품 등 바꾸지 못하는 것이 없다. 때문에 수익이 불안정함에도 불구하고, 주인공은 비교적 풍족한 생활을 누릴 수 있었다. 어머니의 능력은 말 그대로 물질계에서 일어나는 원자 수준의 치환이다. 다만, 암컷-XX 염색체의 지위가 압도적이면 발현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어머니의 능력이 물질계의 치환능력이라면, 정신계에서 위력을 발휘하는 존재도 있다. ‘콩’이라는 아명으로 불리는 존재다. 말하자면, 태명이라고 보아야 할까. 주인공이 어린 시절, “딸을 둘이나 낳는다”는 이유로 낙태당해야 했던 20세기 말 젠더사이드의 희생자다. 젠더사이드란, 특정 성별에 대한 조직적인 살해를 일컫는 신조어다. 우리나라에선 1980년대에서 1990년대 초까지 여아를 대상으로 한 낙태가 횡행했었다. 이렇게 일종의 사념체로 존재하는 ‘콩’은 특정 남성들의 기억을 지워버리거나, 남성들의 기억을 읽는 행동으로 가족을 돕는다.




<홍녀>는 불편한 지점을 돌아가지 않는다. 오히려 정면돌파한다. 주인공이 그리는 만화에 등장하는 히어로가 하는 일이라곤 고작해야 밥해먹는 정도의 일밖에 없다. 때문에 독자들의 평가는 좋지 않다. 때문에 ‘세상을 바꿀’ 결심을 시키려고 해보았지만, 인터넷 상에 여성을 대상으로 한 범죄와 주인공과 어머니가 여성으로서 세상을 살면서 숱하게 겪는 차별과 혐오가 오히려 장벽이 된다. 세상을 바꾸려면, ‘그 수컷’들을 모조리 없애는 대전투신이 필요할 지경이기 때문이다.

주인공이 사과잼을 만들게 된 계기는 과일을 사러 갔다가 가격 때문에 돌아섰던 시장 주차장에서 여성 운전자임을 확인하고 쌍욕을 퍼붓던 사람이다. 학교폭력을 일삼던 남학생들은 생리대가 되었고, 동네 문학강좌에서 껄떡대던 아저씨는 품질 좋은 고추가 되었다. 이렇게, 주인공의 어머니는 남성들을 생필품으로 치환한다. 세계정복이나 엄청난 권력자가 되는 것이 아니라, 그저 삶을 영위하는 것. 주인공과 어머니는 지금 사는 삶을 피해 받지 않고, 그저 편안히 살아가는 것을 원하고 있다.


초능력을 가지고도 바라는 것이 ‘일상의 지속’ 이라니 너무 소심한 것 아닌지 물을 수도 있다. 하지만 주인공의 어머니는 폐경을 맞은 50대의 여성이다. 그가 살아온 시대는 여성은 결코 드러나선 안되는 존재였던 시대다. 지금보다 여성에 대한 폭력이 만연했음에도 말조차 할 수 없던 시대. 첫째도 딸이었는데 둘째마저 딸이라며 강제로 낙태를 시키던 사람들이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엮여 있었고, 남편의 기억을 지워버렸음에도 불구하고 ‘며느리’라는 족쇄는 끊어버릴 수 없었던 시대의 인물이다. 그가 가장 간절하게 바라는 것이 ‘일상의 지속’ 이라는 점을 가볍게 볼 수 없는 이유다.

그렇게 지속시키던 일상에서, 어머니는 새로운 능력을 얻는다. 바로 ‘수컷을 살리는’ 능력이다. 반대로 이번엔 급속한 노화를 얻게 된다. 어머니가 처음 살린 존재는 길거리의 은행나무다. 은행나무는 암나무가 고약한 냄새를 풍기는 열매를 맺기 때문에 가로수로 적합한 종임에도 불구하고 사회문제가 된 종이다. 그 가운데 죽어버린 나무를 살린 어머니는 얼굴에 검버섯을 얻는다. 주인공은 ‘여성 히어로가 될 수 있는 가장 위대한 존재는 마더 네이처인가’ 하는 고민을 시작한다. 이 마저도 주입된 ‘여성성’ 때문이 아닌가 하는 고민이다. 우리는 스스로가 만든 구조에서 벗어나기 힘들고, 여기서 벗어난 것을 상상하는 것조차 버거워 하는 존재들이다.

어머니가 마지막으로 살리려던 존재는 ‘콩’이다. ‘낳아줘’ 라고 괴롭게 외치는 콩이를 외면할 수 없던 어머니는 콩이를 되살리려고 한다. 그리고, 기괴한 괴물이 탄생한다. 괴물이 된 콩이를 물리친건 아이러니하게도 인체 유해성분이 검출된, 싼 가격 때문에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던 생리대다. 그토록 ‘일상의 지속’을 원했지만, 주인공 가족을 비롯한 여성들은 ‘편안한 일상’ 조차 얻을 수 없었다. 단지 여성이기 때문이다.




<홍녀>는 들개이빨 작가 특유의 염세적인 시선으로 여성 히어로를 그려낸 작품이다. 남성만 골라 죽이는 연쇄살인범이자 초능력자인 어머니는 일상의 지속을 원하고, 낙태 해야 했던 딸에게 속죄를 원하지만 둘 다 얻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었다. 끊어버리고 싶었던 고리는 끊지 못했고, 본인은 ‘지옥에 갈 것’이라고 믿고 있다.


이제서야 여성들이 당해왔던 억압들에 대한 고발이 이어지고 있다. 한 은행은 남성에게 가산점을 주어 남성을 더 뽑다가 적발됐고, 여기에 대해 “남성이라 특혜를 준 것이 아니다” 라고 항변했다. 한 게임 일러스트레이터는 한 아이돌이 읽은 소설로 인해 팬들이 악플을 쏟아내고 있다는 기사를 리트윗 했다가 작업에서 배제됐다. 유해성분이 검출된 생리대를 만든 회사에선 시민단체를 상대로 “재산과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며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예를 들자면 끝이 없다. 여성에게서 일상을 빼앗는 존재들에 대한 이야기다.

작품에 등장하는 남성들은 ‘종의 주인은 여자’ 라고 말한다. 그 말은 여성에 대한 피해의식과 증오심을 돌려 말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인간이라는 종족에게 주인은 없다. 그저, 같이 살자는 말을 하는 이 웹툰이 아프게 다가온다.



한줄평) '일상의 지속'을 원하는게 그렇게 큰 잘못일까. 고작해야 평온한 일상이 지속되길 바랐던 주인공의 이야기.


장점

  • 슈퍼히어로물임에도 불구하고 일상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것도 인류 절반의 일상을.
단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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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봄
  • 작성자 : 푸른봄
  • 작성일 : 2018/03/28 - 06:28
  • 소개글
만화를 좋아합니다.
때문에 웹투니스타를 시작했고, 어쩌다보니 평론가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만화 평론과 만화계 전반에 관한 글을 쓰고 있습니다.

문의 : webtoonista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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