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리뷰부문] 나와 호랑이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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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괴와 인간의 사랑. 열일곱의 미숙한 남자인 강성훈은 자신도 모르고 있던 집안끼리의 가약으로 인해 생전 처음 보는 호랑이이자 어린 소녀와 짝을 이루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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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단군신화를 배경으로 하며, 한국의 설화, 민담, 신화에서 나오는 요괴들의 존재를 기반으로 제작되었다. 설령 잘 모르더라도 고도의 지식이나 이해력을 요구하지 않으면서도 한국의 토속적인 분위기를 유지하며, 낮은 지식으로도 개연성을 따라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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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의 흐름에 따라 인물의 대사에서 추리력을 요구한다. 환웅에게 버림받은 여인이라는 인물이 매우 참신하다. 남녀의 애정을 모르는 상처 난 소녀의 마음으로 잠들어 현대에 이르러 깨어나는 모습을 주목해야한다. 랑이(호랑이 소녀)는 못해도 수백 년 전에 받아들여진 지식과 세계관을 토대로 과거 맺혔던 기약을 중시하고, 유교적인 태도를 취한다. 자신의 개인적인 생각을 기존에 만들어진 질서와 의무에 기반하여 행동하여 모든 사건에서 직.간접적으로 간섭한다. 이와 반대로 현대 지식과 법률, 학설을 토대로 개인의 자유를 중시하며 자란 성훈은 랑이와 반강제적인 맺힘에 거부감을 드러낸다. 특히 성훈은 겉보기 나이 차이와 강제 결혼, 요괴를 쉽사리 받아들이지 못하는 한편 본래 우유부단한 성격으로 소극적인 자세를 취한다. 랑이와 성훈의 사상의 벽을 깨거나 해쳐나갈 의지도 없으며, 더욱이 자신이 좋아하는 나래가 엮이자 방어적인 태도를 일관한다. 그러나 성훈이 점차 새로운 세상을 받아들이면서 랑이를 인간적인 감성으로 받아들이게 되고, 분리되어 왔던 인간과 요괴의 집단을 다시 이어지게 하는 중요한 매개체가 되어간다. 이 때 그가 미숙했던 부분을 채워가며 정신적인 성장을 이루는 동시에 그와 연결점이 있는 인물들을 정착시켜 주고, 랑이의 중심이 되어버린 왕의 의무(작중 랑이는 요괴 집단의 왕이라고 되어있다.) 관념들을 무너뜨리고, 자유롭게 해준다. 이 둘이 전혀 다른 두 집단의 체제와 어긋나 있는 시대, 쌓인 감정들을 인물들을 통해 이야기들을 풀어나가 감정이입이 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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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훈과 랑이가 완전히 다른 세상, 지위에 머물러 있으면서도 그들을 이어주는 역할이 있다. 랑이의 창귀(호랑이에게 먹힌 귀신이자 하수인) 세희이다. 세희는 오천 년 전 랑이에게 유일무이하게 먹힌 사람이다. 자의를 잃지 않은 귀신으로 랑이를 모시는 역할을 한다. 그녀는 작중에서 모든 사건의 연관되어 있다. 그녀는 이유도 목적도 없어 보이며, 자신의 속마음을 드러내지 않고, 대외적으로 자신의 주인(랑이)을 모시겠다는 명분을 앞장세워 사건을 일으키고, 인물들을 연결시킨다. 이 소설의 사건의 허브역할인 셈이다. 그 속을 알 수 없으니 소설을 읽는 재미는 더욱 올라간다. 그녀는 자신이 직접 사건을 해결하지 않고, 더 나아가 미래를 내다보며 성훈을 이용한다. 여기서 그녀는 인간이었으면서 인간의 편이 아니고, 그렇다고 요괴의 편도 아니며, 개인적으로 성취할 목적이 있는 것도 아닌 가장 중립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두 집단이 무너지지도 이어지지도 않게 그 중간에서 하는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성훈을 통해서 진행한다. 성훈조차도 선의로는 신뢰할만한 인물이라고 여기지는 않으나 그 능력 탓에 신뢰를 하지 않을 수도 없다. 그렇기에 이 인물은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 모든 사건의 발단과 힘든 결과를 일으키는 주범이면서도 주인공 성훈의 정신적 성장에 가장 많이 기여하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그의 미숙한 지혜로도 최선의 결과에 다다를 수 있게 해주며, 어리숙한 아이여도 더욱 깊게 생각할 힘을 부여해주며, 최종적으로 그가 대의의 뜻을 품고, 이루도록 해준다. 이 인물을 자세히 본다면 이야기의 연결점이 보인다. 특히 대화방식과 주인공의 속마음의 차이를 통해 그런 점들이 뚜렷이 보인다. 이 인물이 힌트를 던질 때마다 머리를 굴릴 수 있었다. 성훈과 세희의 대화가 틈틈이 재미를 요구하고, 흥미를 돋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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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말했듯 나와 호랑이님은 두 개의 신분을 보여준다. ‘라는 인물은 현대사회에서 있는 남학생이고, ‘호랑이는 인간세계와는 단절된 독자적인 집단의 최고 우두머리이다. 이 둘은 원래 만날 수 없다. 한쪽은 인구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계급을 지닌 이고, 한쪽은 오직 하나 밖에 존재할 수 없는 존귀한 호랑이. 그렇기에 소설에서는 만약에 대해서 언급을 자주한다. ‘만약 랑이가 동급생이었다면이라고 가정하기도 한다. 둘은 단순히 종족의 차이, 신분의 차이를 넘어서서 절대로 붙을 수 없는 자석의 같은 극처럼 묘사되는데 이 둘이 붙을 때마다 희열이 느껴진다. 작중에선 일반적인 연애나 사랑, 만남이 이뤄지지 않는다. 모두 신분차이, 나이차이, 재산차이, 종족차이, 체제차이, 혈연차이 등 사회에서 금기시 되거나 또는 통상적으로 이뤄질 수 없다고 판단되는 남녀관계를 위주로 진행된다. 금기를 깨버리는 데 있어서 굉장한 두려움과 불쾌감이 느껴지면서도 그 차이를 개척한 것에서 즐거움을 얻을 수 있었다. 이에 더불어서 성훈이 그 차이를 해소해나가기 위한 시련이 보는 재미를 더욱 솔솔하게 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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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훈의 일인칭 시점으로 소설이 진행된다. 그렇기에 타인의 생각과 사건의 객관성은 떨어지지만 그가 보는 시야와 일어나는 현실의 차이를 잘 비교할 수 있다. 특히 초반부와 후반부에서 그 차이가 두드러진다. 미숙한 시절엔 그가 대하는 모든 인물들에게 긴 생각을 하지 않는 반면 시간대가 흐를수록 인물들을 파악하는 능력이 뛰어나며, 사건의 이해도를 심도 있게 받아들인다. 이 변화를 느낄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개인적으로는 세희의 의도를 알기 위해 전전긍긍하는 모습에서 인물이 얼마나 고심하고, 변화해 나가는 알 수 있어서 이 점을 초점을 두고 읽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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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에서의 문체는 일본의 서브컬쳐의 색을 짙게 띤다. 특히나 의성어나 말투에서 그 쓰임새가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한국의 단군신화를 바탕으로 제작되었기에 이런 것이 소설을 읽는데 방해가 되는 요소이며, 일반적인 소설과 달리 번역체가 사용되는 것은 고유성이 망치는 부분이다. 또한 약간의 설정 오류가 몇 가지 존재한다. 아마도 시대적 흐름을 맞추다보니 나온 오류인 것 같은데 심하게 고증할 것이 아니라면 심각한 정도는 아니었고, 읽음에 불편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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