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러 많으니 주의하세요~
모브사이코100은 저기 위 그림에 가운데를 차지하고 있는 카게야마 시게오(별명이 모브라 애니 이름도 모브사이코100)가 주인공인 애니메이션으로, 선천적으로 어떤 초능력이던 자유자제로 쓸 수 있는 주인공이 다양한 초능력자(애니에서는 영능력자라고 묘사된다)와 만나며 벌어지는 사건 사고를 다룬 내용이다.
주인공 카게야마 시게오는 어렸을 적 부터 자유자제로 초능력을 다루었으나, 유달리 감정이 폭주하는 것을 조절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이를 애니메이션에서는 감정을 %로 나타내어, 1~100%를 표시한다. 카게야마 시게오는 100%가 되면 이성을 잃고 초능력이 폭주해버리는데, 어렸을 적 시게오의 동생인 카게야마 리츠가 이 폭주로 다치면서, 시게오는 혼자로서는 자신의 능력을 제어할 수 없음을 알게 되고, 때마침 동네에 있던 '영등등 사무소'(영적인 것을 해결하는 사무소)로 찾아가 사무소의 사장인 '레이겐 아라타카'와 만나 자신의 초능력이 고민이라며 털어놓게 된다.
여기에서 레이겐 아라타카라는 존재는 시게오처럼 초능력을 다룰 수 없음에도, 시게오가 자신을 신뢰하도록 자신을 세계 제일 영능력자라고 소개한다. 그 외에도, 심령 사진이 찍혔다며 정화해달라고 의뢰가 들어오면 포토샵으로 지운다던가, 귀신이 몸에 씌였는지 자꾸 몸이 무겁다는 의뢰가 들어오면 마사지를 한다던가 여러가지 일을 초능력이 있다고 거짓말하며 도맡는다.
주인공 카게야마 시게오는 어렸을 적, 레이겐 아라타카라는 사람은 정말 세계 제일의 영능력자라고 믿으며 레이겐을 스승으로 삼아 초능력을 제어하는 법을 배우는 대신 시급 300엔을 받으며 레이겐 대신 귀신들을 소멸시킨다. 그렇게 점점 자라 중학생이 될 때 까지도 레이겐을 스승 삼고 있다.
이 만화에서, 어째서 딱 하나가 모자란 주인공에게 전부가 모자란 사기꾼이 스승을 도맡았는지 처음에는 이해가 가지 않았다. 최저시급도 주지 않고, 제자라고는 하는데 자꾸 위험한 곳으로 보내버리고... 애니메이션을 보다 보면 "와... 진짜 너무한다." 라는 말이 저절로 나온다. 그러나 애니메이션을 보면 볼 수록, 어째서 딱 하나가 모자란 주인공에게 전부가 모자란 사기꾼이 필요했는지 알게 되었다.
주인공 카게야마 시게오가 감정 폭주를 자제하게 된 계기는 일종의 트라우마로 남아, 어린 시게오에게는 벅찬 고통이었을 것이고, 그렇기에 믿고 기댈 수 있는 사람이 필요했다. 그리고 거기에서 반복된 사기로 단련된 탁월한 언변의 레이겐이 튀어나와 자신을 세계 제일의 영능력자라 자칭하며, 믿고 의지하라고 한다.
여기까지는 카게야마 시게오만이 입체적 인물로 묘사된다. 중요한 것은 레이겐 아라타카가 사기를 치게 된 계기, 사기를 친 후 얻게 되는 것과 사기를 침으로서 얻는 패널티다. 레이겐에겐 영능력은 없지만 사기를 치는 능력은 있다. 무능력자인 레이겐에겐 그게 능력인 셈이다. 초능력으로 입체성을 얻은 시게오처럼, 레이겐도 입체성을 얻어야 한다.
그리고 이 때, 레이겐의 과거가 밝혀진다. 평범한 회사원이었으나 삶의 의지를 느끼지 못하고 방황하던 찰나, 회사를 나와 여러 일을 하게 되고, 그러면서 점점 사기를 치게 된다. 그 여러 일 중 하나가 영등등 사무소였다는 것.
거창하지 않다. 평범하고, 입체성도 거의 없다. 애니메이션의 소프트라이트는 아직 주인공에게 가 있다. 그런데 여기에서 레이겐의 패널티가 등장한다. 사기를 쳤으므로 친구가 없다. 잉? 이건 그냥 나같은 오타쿠도 똑같은데요. 그러나 다시 한 번, 이 글을 떠올려보자. 시게오는 기댈 곳을 레이겐으로 잡았다. 그런데 레이겐은 기댈 곳이 없다. 그런 상황에서 시게오가 레이겐에게 기대는 건, 레이겐에게 압박으로 다가올 수 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사기가 등장한다.
시게오는 여린 아이였고, 그런 아이에게 레이겐은 적당히 비위를 맞춰준다. 그러다가 문득 시게오가 레이겐에게 초능력을 보여주었고, 레이겐은 그것을 이용한다는 빌미로 둘의 관계가 성립된다. 시게오는 레이겐에게 조언을 바라고, 레이겐은 시게오의 초능력을 바란다. 어느 한 쪽에 무게가 쏠린 것이 아니라, 둘이서 등을 맞대고 무게를 나누고 있다.
문득, 끝이 없는 시게오의 능력과는 달리 한계가 있는 레이겐의 언변은 시게오를 다 감싸주지 못하게 되고, 결국 세계 정복을 꿈꾸는 영능력자 집단 '손톱'으로 시게오가 납치되었을 때, 레이겐은 움직이게 된다. 모두가 궁지에 몰린 상황 속, 영능력자인 동료들은 시게오의 폭주만이 살 길이라며 폭주를 부추기고, 시게오는 자신의 의지가 아닌 남의 의지로 폭주하기를 꺼린다. 그 때 레이겐이 상황을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시게오의 주목을 사로잡으려 모브! 모브! 하고 연신 소리친다.
문호스트레이독스에서도 이런 뉘앙스의 묘사가 있다. 이능력자(초능력자)와 무능력자는 살아가는 세계가 다르다. 시게오의 동료들은 모두 이능력자로, 모든 일을 이능력으로 해결하려 하는 경향이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능력으로 해결하게 되면 빠르고 손쉽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능력자인 레이겐의 시선은 다르다. 이능력으로 해결될 미래가 아니라, 이능력을 사용하기까지의 시게오가 먼저 눈에 들어오게 된다. 시게오는 싫은 일도 강박을 가지고 행동하려 하고, 레이겐은 결국 시게오의 얼굴을 붙잡고 '싫을 때는 도망쳐도 된다고!' 라며 소리친다. 시게오는 그 말을 듣고 다시 평정심을 되찾는다. 레이겐이 시게오의 무게를 덜어준 셈이다.
이 대사는 꽤 의미가 있다. 레이겐의 과거를 살펴보면, 싫은 일을 강제로 떠맡다가 결국 퇴사를 하고 사기를 치면서 도망치고 있다. 늘 정면으로 부딪친 시게오에게는 의미 있는 대사다.
하지만 이 일로 레이겐은 시게오가 자신에게 의지하는 비중이 크다는 것을 깨닫고, 2기에서 시게오에게 너는 내가 없으면 아무것도 못하잖아! 라는 뉘앙스의 말을 던진다. 하지만 그 때 시게오는 혼자 일어설 수 있게 된 때였고, 레이겐은 자신을 외면하고 떠나가는 시게오를 보며 의문을 가진다. 그 후, 시게오가 '손톱'의 보스, 스즈키 토이치로와 정면 충돌하게 되자, 레이겐은 다시 한 번 움직인다. 여기가 포인트인데, 늘 회피만 하던 레이겐이 엄청 강한 영능력을 가진 토이치로와 정면 충돌을 감행한다.
정면 충돌만 하던 시게오에게 레이겐은 도망쳐도 된다는 것을 알려주었고, 회피만 하던 레이겐에게 시게오는 정면으로 충돌하는 방법을 알려줌으로서, 둘의 관계성과 입체성이 동시에 확보된다. 시게오가 성장할 수록, 레이겐도 성장한다는 뜻.
어째서 먼치킨 주인공의 스승은 얄팍한 사기꾼인가?
정리하자면, 사기꾼이었기에 가능한 것이 있기 때문이다.
만일 정말 사기꾼이 아니라, 세계 최고의 영능력자였다면 레이겐은 시게오에게 회피를 알려줄 수 없었을 것이고, 사기를 치지 않는 일반인이었다면 영등등 사무소부터 존재하지 않았을테니, 사기꾼이었기에 가능했다고 할 수 있다.
이미 입체적인 인물이었던 것이 아니라, 단편적인 인물이 모여 다 함께 성장한다는 것이 이 애니메이션의 큰 메리트다. 오죽하면 최종 악당 스즈키 토이치로까지 성장하고 있다. 이 애니메이션에서 스승이라는 자리의 특별한 점은, 주인공과 함께 성장한다는 점이다. 나머지 인물은 주인공이 전부 갱생시키거나 성장시키는데, 주인공을 성장시키는 스승은 주인공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성장한다. 그 만큼, 이 애니메이션에서는 크게 시게오와 레이겐이 더블 주인공처럼 느껴졌다.
나는 이 애니메이션을 보며, 캐릭터성의 절실함을 느꼈다. 모든 인물은 나아가야 한다. 지금 화면에 그 인물이 나오지 않았다고 해서, 그 인물이 허공만 바라보며 아무 생각 없이 멍때리는 것은 아니다. 여러가지 단점, 장점, 약점을 가진 인물들이 제각기 방식으로 성장하는 것은 참 보기 좋다. 처음 모브사이코 100 2기가 나왔을 때, 등장인물이 1기보다 엄청 많아진 것을 보고 기대를 접었지만, 작가 ONE은 정말 그 캐릭터가 살아 움직이듯이 하나하나 표현해냈다.
보는 내내 상쾌한 작품이었다. 기승전결도 훌륭했고, 캐릭터성이나 웃음 포인트도 적절했다. 특히, 세계 최강 영능력자 시게오가 초능력을 쓰고 싶지 않아 하는 특이한 설정이나, 작중 시게오의 심리를 이리저리 뒤트는 묘사도 훌륭했다. 정말 탄탄한 작품 오랜만에 본 것 같았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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