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백래시, 그리고 썅년의 미학

 


 

 

백래시, 그리고 썅년의 미학 

 

2017년, 우리나라에 책이 번역되어 나왔다. 미국의 저널리스트 수잔 팔루디가 쓴 <백래시>라는 책이다. 1991년에 나온 이 책은 제목 그대로 1980년대 미국에서 있었던 페미니즘에 대한 “백래시”를 분석하고 있다. 백래시란 사회, 정치적 변화에 따라 대중에게서 나타나는 반발을 뜻하는 말로, 흑인 인권운동, 동성혼 법제화, 페미니즘 등 사회 변혁에 다양한 층위의 반발심이 표현되는 현상을 말한다. 오래된 사례로는 여성 참정권운동에 쏟아진 ‘못생긴 여성들이나 하는 폭력시위’라는 프레임이나 인종차별정책 철폐를 선언하자 쏟아진 백인들의 ‘화이트 백래시’가 있다. 최근의 사례로는 성평등 교육의 중요성을 이야기한 교사를 고소한 보수단체, 퀴어퍼레이드에 등장한 혐오집단의 맞불집회, 여성 게임 스트리머를 살해하겠다고 선언하고 라이브 방송을 진행한 남성 스트리머를 들 수 있다. 이런 ‘백래시’의 역사는 아주 유구하다.
웹툰계에도 이런 백래시는 낯설지 않다. 2016년 여름, 남성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소위 ‘작가 살생부’를 작성하고 작가들에게 악성 댓글과 협박등의 사이버 불링이 대표적이다. 이들이 공격받았던 이유를 정리하면 ‘페미니즘에 우호적인 작가가 독자를 무시했다’가 된다. 당시 플랫폼들과 각종 만화 관련 협회의 대응은 미온적이었다. 아니, 몇몇 플랫폼은 적극적 가담자가 되어 작품을 중단시키고 반성문을 게제하도록 만드는 등 이런 공격에 우호적인 태도를 취하기도 했다.

그리고 2018년, 민서영 작가가 저스툰에서 연재중인 <썅년의 미학>이 화제에 올랐다. 이 웹툰은 4컷만화의 형태를 빌어 짧은 내용 안에 한국 여성들이 흔히 처하는 상황을 가감없이 표현하고 있다. 짧은 내용 안에 최대한의 효과를 노리고 만든 작품인데다 다루고 있는 내용 또한 타겟 독자층이 확실하다. 타겟이 확실한 작품답게 타겟 독자층에게는 압도적 지지를 얻은 반면, 안티 페미니즘 진영으로부터는 공격의 대상이 된 것이다.

그리고, 한 커뮤니티에 <썅년의 미학>을 ‘패러디’ 한 장면이 올라왔다. 사실 <썅년의 미학>이 저스툰에서 연재를 시작한 9월부터 이런 공격이 시작되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저스툰 페이스북 댓글란에는 악성 댓글이 달리기도 했고, 민서영 작가의 개인 SNS에서도 찬사와 악플이 교차했다. 그간의 공격이 산발적으로 일어났다면, 이번에는 작품 내용을 훼손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주목할만 하다.

<썅년의 미학>은 저스툰 연재 이후 현재까지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지금까지 랭킹 10위 밖으로 밀려난 적이 없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앞서 말했던 대로 이 작품은 타겟 독자층인 젊은 여성의 압도적인 공감을 얻고 있다. 악의적인 작품 훼손이 이루어진 회차에서는 2016년 기준 성별임금격차가 36.7%로 OECD 꼴찌임을 풍자하고 있다. 그리고 ‘반박’은 이렇게 이루어졌다. 커뮤니티에 올라온 장면에서는 “생수통 하나 안 갈았다고 임금을 63%만 준다니, 그럼 정수기 죄다 직수형으로 바꾸면 인건비 37%가 남을텐데 왜 그렇게 안 하죠?”라는 식이다. ‘20대에는 여성이 임금을 더 받는데 임금차별이 어디 있느냐’고 묻는, 전형적인 안티 페미니즘의 모습이다.​

 

 

 

▲ 2018.7.8 민서영 작가 트위터 캡처

 

 

그럼 이 주장이 사실인지부터 한번 알아보자. 물론 OECD의 성별임금격차 조사로는 이들이 주장하는 세대별 임금격차를 확인할 수 없다. 그러나 통계청이 생산하는 경제활동인구조사를 들여다보면 성별 임금격차의 세대별 차이를 확인할 수 있다. 15-29세의 경우 남성이 530.6원더 많이 받고, 30-54세는 6027원, 55세 이상은 6257원으로 확인(‘세대별 성별임금격차 현황과 시사점’, 김난주 여성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할 수 있다. 20대의 임금격차가 가장 적지만, 이 마저도 차이가 없지 않다. 그들이 주장하는 ‘20대에는 여성이 더 받는다’는 주장조차 틀렸다. 이처럼, 틀린 주장을 반박하는 데에는 이처럼 많은 노력이 든다. (정보 출처 RISS)
안티페미니스트를 자처하는 사람들은 자신들이 가부장제의 수혜자가 아닐 뿐만 아니라, 오히려 여성우월주의의 피해자라고 주장한다. 더불어 젊은 남성들은 병역의 의무를 지는 등 자신들과 같은 ‘젊은 남성’들은 심지어 역차별을 받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앞서 보았던 <썅년의 미학> 훼손과 같은 층위의 주장이다. OECD의 통계자료도, 통계청의 자료도 그들의 경험 앞에서는 무가치한 것이 되어버리고 만다.

민서영 작가가 말하는 “썅년”은 가부장적 시선을 가진 남성의 욕망에 순순히 따르지 않고, 자신의 욕망을 표출하는 여성을 말한다. 신뢰도 높은 통계자료도, 국가기관이 발행한 통계자료 분석도 듣지 않는 그들이 공격하고 싶은 것은 단 하나다. 민서영 작가처럼, 스스로를 “썅년”이라고 이름 붙일 자유를 가진 젊은 여성이다. 다른 무엇도 아닌 자신의 기분을 망치는 여성들을 참을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이름을 붙인 “썅년”이 스스로 “그래 나 썅년이다”라고 선언하고 나오는 작품인 <썅년의 미학>은, 제목부터 참을 수 없는 작품은 아니었을까?

수잔 팔루디는 앞서 이야기했던 저서 <백래시>에서 “반격(백래시)은 여성들이 완전한 평등을 이루었을 때가 아니라, 그럴 가능성이 커졌을 때 터져나왔다. 여성들이 결승선에 도착하기 한참 전에 여성들을 멈춰 세우는 선제공격이다”라고 적었다. 말하자면, <썅년의 미학>은 결승선으로 향하는 한걸음이다. 평등으로 가는 길은 멀지만, 이런 한걸음이 모여 만들어낼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민서영 작가는 악의적으로 작품을 훼손한 이들에게 법적 대응에 나설 것임을 알렸다. 2016년의 작가들에 대한 공격과 법적 대응 예고가 떠오르게 하는 장면이었다. 그리고 이제는 플랫폼들의 태도가 달라졌다. 저스툰은 공식 입장문을 통해 창작자의 저작인격권 침해나 명예를 모욕하는 일에 반대한다며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하여 민서영 작가를 지원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 긍정적인 변화이며, 중대한 진일보다.

앞서 말한대로, 틀린 주장을 반박하는 데에는 많은 에너지가 소모된다. 마찬가지로 풍자를 다시 풍자하겠다고 나선 것을 바로잡는데도 많은 에너지가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직접 대응에 나선 민서영 작가와 지원을 표명한 저스툰을 지지한다. 또한 <썅년의 미학>의 제목처럼, 자신의 욕망과 자신이 살아온 삶을 마음껏 보여주는 미학을 뽐내기를 응원한다. 잘못이 잘못이라고 말하는 것이 더 이상 작가 개인의 문제로 치부되지 않도록, 또 그를 응원하고 지지하는 많은 독자들의 기대가 헛되지 않도록, 마땅한 처벌과 반성이 있어야 한다. 민서영 작가를 포함한 여성들이 삶으로써 증거하는 서사에 가해지는 백래시와 맞서 싸워야 할 것이다. ​

 

 

작성자: 웹툰평론가 이재민

작성일: 2018년 7월 17일

등록일: 2018년 7월 17일

수정일: 2018년 7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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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시선보다 자신의 욕망을 우선시 하는 여자. 그런 여자를 사회에서 지칭하는 표현,'쌍년' 같은 하늘아래 태어나 기본법을 위협받는 시대에 살고 있는 한 여성으로써, 단순한 그림에 대비되는 폐부를 찌르는 대사를 통해 현대 여성의 현실을 가감없이 전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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