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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학왕” 논란, 진짜 문제는 또 숨어버렸다.

에디터 이재민

“복학왕” 논란, 진짜 문제는 또 숨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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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08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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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 | OPINION

 

기안84의 <복학왕> 이슈가 여전히 뜨겁다. 기안84가 지속해온 비 당사자-주로 사회적 약자-에 대한 혐오발화에 문제를 지적하니 네이버웹툰은 바로 사과 공지를 올리고 작품을 수정했다. 독자들의 비판과 연재 중단 요구도 빗발치고 있다. 그런데, 일부에선 이 상황을 '검열'이라며 분개하고 있다. 결론부터 내리고 가자. 이 상황은 검열이 아니다. 국가 폭력으로 자행되는 표현의 자유 억압을 부르는 검열과 독자들의 요구는 성격 자체가 다르다. 무엇보다, 윤리적 책임 요구와 이데올로기의 억압은 전혀 다른 문제다.

 

우려하는 작가들의 주장에도 이해가 가는 부분이 있다. 만화의 역사는 국가에 의한 검열의 역사의 한 페이지에도 실려 있다. 조건반사적인 반응이 이해가지 않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소셜에서는 각자 입맛에 맞게 극단의 논리만을 가져다가 쓴다는 데 있다. 논의를 하려면 각 주장의 극단에 있는 지점은 논의에서 배제해야만 한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진짜 문제가 이 소란 속에 가려지고 있는 건 아닐까?

 

* 또다시 작가만 남아버렸다

 

이 문제에 네이버웹툰은 작가의 창작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다. 네이버웹툰은 현행 가이드라인을 손보고, 사회의 다양한 시각을 담는 쪽으로 논의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옳은 접근 방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전에 작품을 검수하고 작가와 논의해야 할 편집부가 역할을 다 했다면, 작가의 창작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작품 수정을 용인하는 것은 이상하다. 

 

비평을 통한 논의를 시작할 겨를도 없이 쏟아진 비판과 거기에 수정으로 대응한 것은 문제적이다. 이 모든 과정에서 토론과 논의는 상황이 종료된 다음에야 시작됐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련의 과정에서 네이버웹툰은 어떤 책임을 졌는가? 여전히 <복학왕>은 네이버웹툰 수요일 인기순 3위에 위치해 있고, 네이버웹툰은 여전히 막대한 트래픽을 올리고 있다. 

 

여기에 비난은 작가인 기안84에게 쏟아지는 모양새다. 공황장애를 앓고 있다는 작가를 전면에 세운 플랫폼은 1년 전과 똑같은 사과를 한 다음, 그때와 마찬가지로 ‘논의 중’이다. 악플에 건강이 악화된 작가가 작품활동을 접어도, 작품에 대한 책임을 같이 져야 할 플랫폼은 왜 작가 뒤로 사라지는지 이해하기 힘들다. 작품의 연재를 결정하는 건 플랫폼이다. 결국, 진짜 문제의 열쇠도 플랫폼이 쥐고 있다.

 

* 이제 골방에서 보는 만화는 없다.

 

왜 네이버웹툰에 책임을 묻는지 궁금하다면, 만화의 위치가 변했다는 걸 생각해봐야 한다. 대여점에서 검은봉지에 넣어서 빌려오고, 꽁꽁 숨겨서 침대 맡에서 스탠드를 켜고 보거나, 담배연기 자욱한 만화방에서 킥킥대며 보던 만화는 이제 없다. 웹툰은 이제 지하철에서, 버스에서, 잠자기 전에, 친구를 기다리면서 즐기는 콘텐츠가 됐다. 언제 어디서나,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콘텐츠가 되면서 웹툰은 대중문화 속 깊숙한 곳에 자리잡기 시작했다.

 

이젠 드라마가 시작하고 끝나는 10시와 11시에는 매일 각 플랫폼의 웹툰이 업로드 된다. 이제 TV 앞에서 모여서 드라마를 보기보다 내 스마트폰을 통해 화제에 오르는 작품들을 보고, 다음날 웹툰 이야기를 나눈다. 그리고 그 중에서 연재 작품의 대부분이 누구나 볼 수 있게 무료로 공개되어 있고, 가장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은 바로 네이버웹툰이다. 만화를 보는 사회의 맥락이 바뀌었다면, 작가와 작품을 유통하는 플랫폼에게 부과되는 역할 역시 달라진다. 시대가 변하면서 웹툰의 위상이 바뀌었다면, 작가와 그 작가의 작품을 유통하는 곳의 책임 역시 달라진다.

 

네이버웹툰이 밝힌 DAU(Daily Active User, 일간 활성 사용자)는 800만명을 상회한다. 콘텐츠진흥원의 만화이용자 실태조사에서 3천명에게 물어 사용하는 플랫폼을 중복 선택하게 했더니 91.8%가 네이버웹툰을 본다고 답했다. 2위인 다음웹툰(50.8%)와 3위 카카오페이지(40.2%)를 합친 것 보다 많은 수치다. 네이버웹툰은 실제로 웹 트래픽 기준으로도 절반을 훌쩍 넘는 67% 정도의 점유율(WIIZM PRO 기준)을 보여주고 있다.

 

* ‘만신(漫神)​’도 자유롭지 못한 시대의 변화에 따른 비판

 

‘만신(漫神)’ 데즈카 오사무는 이렇게 말했다. “기본적인 인권만은 절대로 건드려서는 안된다. 전쟁이나 재해의 희생자를 놀리는(비하하는) 것, 특정 직업을 깔보는 것, 민족이나 국민, 그리고 대중을 바보로 만드는 것이 해당된다”. 그러나 데즈카 오사무 역시 지금의 시각에서 보면 초기 작품의 인종차별 문제 등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시대에 따라 변하는 시대정신 앞에서는 만신도 자유롭지 못한 셈이다. 그런 시선에서 자유롭고자 했던 시도 역시 존재한다. 시랏토 산페이의 <가로>, 우리나라에선 <화끈>등의 잡지가 다양한 시도를 했고 이후 <새만화책>에서 지금의 독립만화에 이르기까지 많은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문제는 네이버웹툰이 엄청나게 많은 작품을 한 공간에 몰아넣는 거대 플랫폼으로 수직적 성장만 이뤘다는데 있다. 플랫폼의 작품은 다층적이지만, 독자들에게 제공되는 작품의 노출도는 인기순으로 일률적이다 보니 자극적인 것만 주목받는 플랫폼이 됐다. 그런데, 그 상위권에 위치한 대표 작품들이 담고 있는 메시지가 시대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시대와 함께 윤리의식이 변했고, 그것을 따라가지 못한다면 비판받아야 한다. 윤리의식 부재는 별개로 치더라도 게으른 창작자라는 비판은 피해가기 어렵다. 창작자의 자유를 빼앗고 금지하는 검열과는 엄연히 다르고, 이렇게 반성하고 성찰하면서 우리는 지속적인 발전을 만들었다. 이 비판과 윤리적 책임 요구가 검열로 느껴진다면, 그건 너무 게으른 탓이다.​

 

 

다양한 층위에서 일어나는 반성과 성찰은 ‘만화’라는 표현방식이 끊임없이 성찰하며 발전하며, 상업적 도전과 예술적 실험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은 산물이 부흥의 토양이 된다. 작가의 입장에선 ‘무한히 자유로운 창작’을 압도적 다수의 대중을 상대하는 플랫폼에서 선보이고 싶은 욕망이 실현되기 어렵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대중을 상대로 하는 플랫폼에서 '하고 싶은 대로' 작품을 만들 수는 없다.​ 또, 시대에 따라 작품에 대한 판단 기준은 끊임없이 변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대중을 상대로 하려면 이런 감수성이 필요한 시대라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 이미 수많은 논의가 있었음에도 기안84를 비롯해 비슷한 지적을 받고 있는 작가들은 이 감수성에 대한 고민과 성찰이 부족한 작가다. 그리고, 독자들은 그런 작가가 모두에게 무료로 공개된 플랫폼에서 연재해선 안된다고 비판하고 있다. 

 

* 충분한 검수, 가능한가? - 진짜 문제, 플랫폼이 방치한 가혹한 노동환경

 

변화는 조금씩 눈에 띄고 있다. 그것이 한국이 아니라서 문제다. 네이버웹툰이 직접 운영하는, 곧 본사가 위치할 북미 플랫폼 웹툰즈에서는 2020년 BLACK LIVES MATTER 시위에 즉각적으로 반응했다. 흑인 커뮤니티에 기부를 하고, 직원과 작가들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고, 큐레이션을 정비하겠다는 약속을 발표했다. 네이버웹툰은 2016년 가장 많은 작가들이 인신공격과 사상검증에 시달릴 때에는 아무런 입장도 발표하지 않았던 곳이다. 북미에선 이렇게 빠르고 정확하게 대처하고, 동시에 작가와 독자 모두를 보호하면서 지속가능성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런데 한국에선 여전히 작가에게 책임을 지우고, 공황장애가 직업병이라는 자조가 나오도록 방치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이 점을 의식해서일까? 네이버웹툰은 이번 논란에 “검수를 거쳤다”고 답했다. 문제는 주간연재 방식에서 작품에 대한 충분한 논의가 가능한지 여부다. 본격 연재에 들어가기 전에는 충분한 논의가 가능하지만, 막상 연재가 시작되면 작품에 대해 논의할 물리적인 시간이 부족하다. 

 

콘텐츠진흥원의 웹툰작가 실태조사에 따르면 2019년 웹툰 작가들은 일주일 평균 5.6일, 하루 평균 11시간을 작품에 매진한다. 주 6일로 계산해도 60시간 넘게 작품을 만들고 난 다음 남는 시간은 단 하루다. 휴식에 사용하기도 아까운 시간에 다시 작품을 검수하고 토론하고 수정할 수 있을까? 작가들 사이에선 작품이 끝나면 병원 가서 그동안 번 돈을 쓰는 게 일이라는 농담섞인 한탄도 나온다.​

 

플랫폼 입장에선 독점적 지위를 유지하면서, 다양한 작품을 한 곳에서 집중해서 보여주고 싶은 욕망은 당연하다. 하지만, 무료로 공개되어 있는 공간에 콘텐츠를 실을 때, 어떤 큐레이션도 없이 인기순으로 작품을 보여줄 거라면 작품을 보다 면밀하게 검토해야 한다. 작가 입장에선 창작에 필요한 재료를 모으고 변화를 빠르게 캐치할 물리적 시간이 부족하다. 그럼 플랫폼의 편집부가 그 역할을 보조해줄 필요가 있다. 그런데도 주간연재 시스템이 애초에 그 검수 과정을 불가능하게 만든다면,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고민해야 하는 건 플랫폼이다.

 

 

* 마치며

 

이 글을 마무리하는 동안, 네이버웹툰의 ‘대표’ 작가 중 한명인 박태준 작가의 코로나 19 확진 소식이 들려왔다. 네이버웹툰은 <다함께 이겨내요>를 통해 웹툰작가 90명이 코로나19를 함께 이겨내자는 내용을 전한 바 있다. 방역수칙과 코로나19를 이겨내자는 메시지를 전했다. 그러나 작가의 말에서는 “병원에서 치료를 받으며 마감 작업을 하고자 최대한 노력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네이버웹툰은 21일 오전 동아닷컴에 “작가가 원고 작업 의지가 강하지만 건강이 우선이기에 치료에 전념할 것”이라고 전했다. 디스크가 터져 앉을 수 없는 상태에서 작업한 <마음의소리> 742화처럼, 이 사례도 미담처럼 소비될까 걱정된다.

 

 


 

하지만, 박태준 작가는 소셜미디어에 계속해서 “작업할 때 가장 힘든 건 어지럼증”이라는 등의 말을 소셜에 남기고 있다. 왜 웹툰 작가가 쉬지 못하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다. 휴재를 하면 해당 회차의 원고료가 지급되지 않고, 그건 곧 어시스턴트를 비롯한 사람들에게로 피해가 이어지는데다 휴재로 인한 비난을 작가가 감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아무런 목소리도 내지 않는 분위기, 전세계적 판데믹 상황에서 작가가 작업을 이어가고, 거기에 문제를 제기하지 못하는 분위기가 두렵다. 무엇보다, 생사여탈권은 물론 책임을 전가하는 플랫폼에는 목소리를 내지 못하면서, 동료 작가들에게는 쉽게 언성을 높이는 모습이 두렵다. 진짜 문제는 ‘어쩔 수 없어서’ 또 숨어버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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