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웹툰, 국내

독점을 원하는 플랫폼이 자기가 만든 시장에 직접 들어온다면

에디터 이재민

독점을 원하는 플랫폼이 자기가 만든 시장에 직접 들어온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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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09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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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 | OPINION


 

플랫폼은 독점을 원한다. 돈을 내고 콘텐츠나 서비스를 제공받는 온라인상의 거대한 플랫폼뿐 아니라, 물류를 운송하는 연결자로서의 플랫폼도 마찬가지다. 시장의 독점을 원하는 플랫폼은 거대화되고, 이 과정에서 살아남은 승자는 당연히 대형화된다. 이 대형화 과정에서 막대한 자본을 가진 기업들이 경쟁을 선언하기도 하고, 그 과정에서 피튀기는 출혈경쟁이 이어지기도 한다. 이런 경쟁은 소비자에겐 이롭다. 경쟁이 끝나서 독점시장이 열리기 전 까지는.

 

물론, 플랫폼은 이 과정에서 비용을 줄일 방법을 생각해낸다. 물류와 유통에서는 대형 유통사등이PB(Private Brand, 자체 상품)를 판매하거나, 아예 그런 상품만 만들어 판매하는 이마트의 ‘노브랜드’가 대표적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제조업체를 직접 만드는 것 보다 이미 입점하고 있는 업체들에게 외주생산을 맡기면서 입점을 미끼로 제작단가를 낮추는 등의 불공정한 행태가 나타나 중기부가 조사에 나서기도 했다.

 

* IP독점, 콘텐츠 플랫폼의 열망

 

콘텐츠 플랫폼도 마찬가지다. 제조업의 경우 PB상품의 퀄리티가 기성품의 퀄리티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지만, 콘텐츠의 경우는 조금 다르다. 독점 콘텐츠 자체가 플랫폼의 운명을 좌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엄청나게 많은 콘텐츠를 서비스하는 넷플릭스 역시 자사 브랜드, 즉 ‘PB상품’을 만든다. 바로 넷플릭스 오리지널이다.

 

자사가 개발한 IP, 또는 판권을 구매한 IP의 제작을 외주 업체에 맡기는 방식으로 제작하는데, 이 과정에서 높은 관여와 막대한 자본을 활용한 마케팅을 벌인다. 이 과정에서 넷플릭스는 특정 기간동안 콘텐츠를 독점하는 형태의 계약을 하는데, 일정 기간 또는 영구적으로 콘텐츠의 권리를 구매하는 일종의 매절 계약이다. 이 계약에서 막대한 초기 자본금을 원작자와 제작사에 주고, 이해관계에 맞추어 따라서 수익쉐어가 발생하지 않고, 넷플릭스는 자신의 소유가 된 IP로 벌어들이는 수익을 독식할 수 있다. 

 

아예 IP 개발부터 유통까지를 독점해서 지금까지 최강자로 군림하고 있는 기업이 있다. 바로 디즈니다. 디즈니는 IP 처음부터 끝까지, 콘텐츠 제작부터 굿즈 제작과 유통, 마케팅과 라이선싱 사업까지 모두 자체적으로 해결한다. 넷플릭스는 온라인에서 극장 개봉을 통해(코로나19로 지연되거나 취소된 경우가 많지만) 오프라인으로 확장을 노렸고, 디즈니는 오프라인 기반에서 OTT를 통해 온라인으로 확장을 노리며 경쟁하고 있다. 콘텐츠 플랫폼은 ‘PB상품’으로, 또는 자체 제작 IP를 통해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법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 독자가 만들었던 웹툰의 성장

 

그렇다면 웹툰은 어떨까? 물론 웹툰 플랫폼도 독점을 원한다. 하지만 콘텐츠 생산과 공급 방식에 조금 차이가 있다. 웹툰은 개인 창작자 기반으로 성장했지만, 넷플릭스나 디즈니 등의 영상물은 감독 휘하의 대규모 제작사와 제작진이 필수적이다. 뿐만 아니라 넷플릭스와 디즈니는 자신들이 제작한 작품을 대중에게 일방적으로 공개한다. 그리고 그 수익을 독점하는 시장을 만들었기 때문에 자신들의 상품만이 경쟁한다. 하지만 웹툰은 대중의 선택을 받은 작품을 정식연재로 이어지고, 플랫폼 안에서 서로 다른 주체들이 경쟁을 벌이는 초경쟁시장이 형성됐다는 점이 다르다.

 

출판만화 시절 전문가인 편집부가 ‘발탁’하고, 연재를 ‘결정’했다면 독자가 부여하는 별점과 댓글, 조회수, 스크랩 등 데이터를 종합해 정식연재로 이어지는 경로는 “누구나 웹툰작가가 될 수 있다”는 말의 성배와도 같았다. 개인 창작자 중심이었던 웹툰시장에서, 같은 출발선에서 시작해 숫자로 실력을 증명할 수 있는 루트는 각광을 받았다. 대중의 선택을 받는 작품은 높은 상업성을 담보한다. 상업 플랫폼에 대중의 선택을 받은 작품이 정식으로 유통되는 경로는 합리적이기도 하다. 하지만 시장이 고도화되면서 이 공식이 점점 깨지고 있다.

 

2020년 9월 18일자로 네이버웹툰 앱의 ‘신작’탭에 소개된 28작품 중 도전만화가나 베스트도전을 통해 정식연재로 이어진 작품은 유지별이 작가의 <커피도둑> 뿐이다. 이 작품은 도전만화가에 올라오고 난 후 출판사 영컴에서 프로듀싱을 받아 네이버웹툰에 입성했다. 물론 d몬의 <데이빗>과 같이 아마추어 게시판에서 바로 네이버웹툰에 연재되는 경우도 있지만, 정작 베스트도전을 통해 연재되는 작품은 크게 줄어들었다. 스튜디오의 기획 작품과 웹소설 원작 작품이 늘어나면서 개인 창작자들 역시 퀄리티를 올리기 위해 스태프를 꾸릴 수밖에 없다. 웹툰 창작도 점차 집단화, 기업화 되고 있다. 초경쟁시장에서 리스크를 줄이고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방편이다.

 

* 웹툰 플랫폼의 PB상품?

 

개인 창작자에 비해 기업화, 집단화 되는 작품 창작은 효율적이다. 하지만 개인 창작자를 기반으로 성장해 온 웹툰계에 기업창작이 늘어나는 건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먼저 효율성 면에서 개인 창작은 집단, 기업화된 작품 제작을 이길 수 없다. 그렇게 되면 ‘팔리는 작품’ 위주의 쏠림현상이 심화된다. 단순하게 설명하면 기업형 창작은 개인창작에 비해 비용이 크기 때문이다. 웹툰 시장이 엄청난 고속 성장을 보이면서 IP숫자가 급격하게 늘어났던 지난 몇 년간 스튜디오, 제작사 등으로 불리는 기업형 창작이 늘어나고 있다. 그리고 이렇게 기업이 만든 웹툰을 플랫폼이 유통한다.

 

웹툰 플랫폼의 주력상품은 당연히 웹툰이다. 웹툰을 주력상품으로 하는 곳에 다양한 제작사가 작품을 공급한다. 유통사의 입장에서, 일종의 PB상품을 만들고 싶은 욕망이 생길 수 있다. 처음으로 만화시장에 ‘자본’이라고 부를 수 있을 만한 규모의 돈이 돌기 시작했으니, 자회사를 만들면 어떨까?

 

 

네이버웹툰이 2017년 7월 설립한 리코(LICO). 네이버웹툰의 리코 지분율은 100%다.

 

 

네이버웹툰은 2017년, 지분을 100% 가진 콘텐츠 제작 자회사 LICO를 설립한다. 카카오페이지도 자체 레이블인 ‘연담’을 운영하고 있다. 또다른 대형 플랫폼인 카카오페이지 역시 카카오페이지 독점 유통 작품인 ‘카카오페이지 오리지널’ 웹툰과 웹소설을 포함해 1천작품 넘게 보유하고 있기도 하다.

 

* 베스트도전-정식연재 데뷔경로에 자회사가 들어온다면

 

2019년 8월과 9월, 베스트도전에서 네이버웹툰으로 승격 소식을 알린 세 작품이 있다. <텃밭부 사건일지>, <갓도령스>, <오늘도 사랑하세요> 이 세 작품은 모두 베스트도전에서 승격되었고, 이 중에 <텃밭부 사건일지>와 <갓도령스>는 완결을 맞았다. 그리고 이 작품들의 완결 후기에서는 제작에 참여한 인원들의 크레딧을 확인할 수 있었다.

 

 

 

베스트도전 텃밭부 사건일지 게시글 목록

 

문제는 도전만화가-베스트도전을 거치면서 독자들은 개인 작가의 작품이라고 생각하고 작품을 응원해왔다는 점이다. 베스트도전 게시글 목록에는 ‘베도 감사 인사’와 ‘정식연재 인사’등의 게시물을 확인할 수 있다. 물론, 다른 플랫폼에서 이미 연재가 결정된 작품을 베도에 올려 홍보효과를 얻었던 사례가 있다. 하지만 개인 작가와 타 플랫폼이 협의를 마친 것과, 제작사에서 만든 작품을 개인 작가 작품과 똑같이 볼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LICO에 제작과정에 대해 문의한 결과 “작품의 기획에서 제작에 이르기까지 온전히 리코에서 결정하고 진행한다”는 답변을 얻을 수 있었다. 물론 '네이버웹툰의 자회사 작품도 베스트도전에서 경쟁을 통해 연재기회를 얻어야 한다'고 해석한다면 오히려 투명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점점 좁아지는 베스트도전에서부터 네이버웹툰의 자회사와 경쟁해야 하는 개인 작가들의 입장에서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게다가 초경쟁시장인 웹툰 플랫폼에 그 플랫폼의 자회사가 진입하는 것은 불합리해 보인다. 하지만 여기서 어떤 시스템이 브레이크를 걸 수는 없다. 네이버웹툰의 선의만을 바랄 수밖에는 없다는 뜻이다.

 

이 과정에서, 개인 창작자들의 입지는 점점 좁아지고 있다. 네이버웹툰의 김준구 대표는 2019년 만화의날 토론장에서 “개인 창작자분들은 걱정할 필요 없다”고 말했지만, 작품을 LICO의 이름으로 작품을 내는 것이 아니라 개인작가와 구분하기 힘들게 만들어 시장에 들어오는 자회사의 작품과 개인 창작자가 경쟁하게 된다면 우려가 나올 수 밖에 없다. 차라리 넷플릭스처럼 ‘네이버웹툰 오리지널’을 만든다면, 이런 불안감을 키우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네이버웹툰에 연재되는 작품은 극소수의 예외를 제외하면 거의 대부분 독점연재 작품이다.

 

이렇게 자체 제작한 콘텐츠를 유통하는 걸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그걸 막는 것이 합리적이지도 않다. 더군다나 이 과정에서 아직까지 어떤 문제가 발생한 것도 아니다. 내부에서 결정된 사안을 확인할 수 없고, 따라서 절차상의 문제를 물을 수도 없다. 따라서, 여기에 대한 판단 역시 각자의 몫이다. 다만 ‘도전만화가-베스트도전’으로 이어지던 시스템이 이제는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다는 점, 그리고 개인 창작자들은 네이버웹툰의 PB상품격인 작품들과도 경쟁해야 한다는 점이 남았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네이버웹툰이 개인 창작자를 위한 공모전을 계속해서 가장 큰 규모로 열고 있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한 번, 플랫폼은 독점을 원한다. 그 중에서도 콘텐츠 플랫폼은 IP를 안정적으로 (싼 값에) 공급받을 수 있는 독점 IP를 원한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유튜브 오리지널, 디즈니+, 애플TV 등 예외를 찾기가 더 힘들다. 이런 배경에서 생각해볼 때, 네이버웹툰의 자회사 LICO가 네이버웹툰의 베스트도전을 통해 정식연재를 하는 상황이 초록불로 읽히지는 않는다. 그러나 최악을 상정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다만 상황을 지켜볼 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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