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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라이더 노사합의, 유튜버 노조는 웹툰작가에게 어떤 의미일까?

에디터 이재민

배달라이더 노사합의, 유튜버 노조는 웹툰작가에게 어떤 의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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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0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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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 | OPINION

 



* 플랫폼 노동자가 뭐야?

 

'플랫폼 노동자', 최근에 많이 들리는 말입니다. 주로 배달업계 노동자를 일컫는 말로, '플랫폼을 통해 노동력을 제공하는 임시직 종사자'를 줄여서 부르는 말입니다. 말하자면 정규직으로 계약하는게 아니라, 내가 일하고 싶을 때 등록해서 일할 수 있는 경우를 말합니다. 하지만 이런 경우 개인사업자로 등록하기 때문에 그동안 노동자로서의 지위를 인정받지 못했습니다.

 

때문에 지난 4월부터 노동조합, 기업, 전문가 집단이 함께 머리를 맞댔습니다. 배달의민족, 요기요, 배달대행 스타트업 스파이더크래프트와 전국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라이더유니온 등이 협약의 주체로 참여해 지난 6일 배달업계의 플랫폼 노동자의 합의안이 발표됐습니다.

 

합의문에는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라이더도 노동조합을 결성할 수 있고, 기업은 노조의 권리 보장과 단체교섭 주체로 존중해야 한다고 명시했습니다. 단, 노조는 플랫폼의 순기능, 기업의 경영상 권한을 존중해야 하고요. 노동조합 인정이라는 첫 발을 뗀 셈입니다.

 

노사는 공정계약, 작업조건 및 보상, 안전과 보건에 대해서도 약속했고, 라이더의 자율성을 보장했습니다. 또한 라이더의 규칙 위반시 제재 근거와 절차를 명시하기로 합의했습니다.

 

이번 라이더유니온의 노사합의에는 알고리즘을 통한 업무배분, 안전배달료 등 직접적인 부분부터 라이더의 귀책사유 발생 시 책임을 묻는 조항을 명문화해 정하는 등 플랫폼이 일방적으로 행동할 수 없도록 만들었다는 점이 가장 큽니다. 직접 배달하는 라이더들에겐 우천 악화 등 긴급상황시 배달을 직접 취소할 수 있는 권리도 생겼고, 사고시 책임에 더불어 피해보상까지 해야 하는 부담도 줄었습니다.

 

 

* '콘텐츠' 플랫폼, 콘텐츠 '플랫폼'

 

콘텐츠에도 '플랫폼'이라고 부르는 유통망이 있습니다. 물론, 배달업 등과는 사정이 조금 다릅니다. 2019년 3월, 독일에서는 유튜버 노조가 생겼습니다. 그리고 9월에는 구글을 협상 테이블에 앉히는데도 성공했죠. 유튜버 노조는 2019년 10월께 조합원 2만 3천여명으로 늘었습니다.

 

 

 

유튜버 외흐그 스프라브. 새총 유튜버인 그는 유튜브가 '테러 악용 우려'라며 채널을 차단하자 노조를 설립했다.

 

유튜버 노조는 유튜브와 유튜버를 사실상의 고용관계로 보고 있습니다. 유튜브에 사회적 비용을 부담하도록 요구하고, 악플 방지와 같은 유튜버의 권리부터 시작해 콘텐츠 제작자인 본인들의 자체적인 가이드라인 마련, 윤리강령과 자율규제 논의까지 범위를 넓혀가고 있습니다. 창작자 스스로가 나서서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띕니다.

 

이런 사례를 통해 '노동의 범위'가 넓어지고 있습니다. 자신들을 '노동자'로 규정하고 노동조합을 결성하고, 사회의 틀 안에서 지속가능성을 찾는 방법입니다. 플랫폼 입장에서는 정규직으로 고용을 한게 아니지만, 본인들이 책임을 질 부분은 책임을 지고, 플랫폼에서 실제로 '일'을 하는 사람들의 안정성을 높여 서비스의 안정성을 높이는 셈입니다.

 

유튜브는 콘텐츠 플랫폼이고, 그 안에서 콘텐츠를 생산하는 사람들의 콘텐츠를 유통하는 하나의 거대한 시장입니다. 여기서 톱니바퀴 역할을 하는 창작자들이 직접 나서서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점이 의미심장합니다. '콘텐츠'에 집중해서 정부의 규제에 쓸려가는게 아니라, 창작자들이 직접 당사자로서 의사결정에 참여해 콘텐츠 '플랫폼'을 공론장 안에 들여놓고자 하는 시도를 하고 있기 때문이지요.

 

 

* 그래서 왜 이런 얘기를 하는데?

 

웹툰은 어떨까요? 웹툰은 유튜브처럼 개인이 자유롭게 연재할수도, 전문 스태프로 일할수도 있고 플랫폼에서 개인사업자로 연재할수도 있습니다. 또 이걸 넘나들면서 창작할수도 있고, 두개 이상을 겸업할수도 있습니다. 자유도가 매우 높은 편이지만, 안정성은 떨어지는 편이기도 합니다.

 

이런 구분에 따라 플랫폼에 연재하는 개인 창작자, 작품 제작에 참여하는 제작 스태프, 개인 채널 또는 오픈플랫폼에 연재하는 자유 창작자로 나눌 수 있습니다. 이 중에서도 제작 스태프는 정규직으로 채용되어 4대보험 등을 적용받을 수 있습니다. 근로계약을 맺은 노동자로 분류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플랫폼에 연재하는 작가들은 아직까지 별다른 제도의 보호를 받지 못합니다. 개인사업자이거나, 또는 사업자등록을 하지 않는 경우도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자유창작자도 마찬가지죠. 초경쟁시장을 뚫고 자리잡은 작가들이라면 몰라도, 이제 막 연재를 시작하는 작가들은 합의를 통해 계약서를 수정하기 어렵기도 합니다. 

 

라이더유니온과 배달업체들의 사례, 독일의 유튜버 노조의 사례는 웹툰작가들의 처우개선을 위한 당사자들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당사자들이 직접 나서지 않으면 안된다는 얘기죠. 디콘지회가 있지만, 웹툰작가를 대변한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웹소설, 일러스트레이션, 웹툰이라는 각기 다른 이해관계를 갖는 창작자들이 모여있기 때문입니다. 

 

아주 작은 시장이었던 예전에 비해 비약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웹툰시장은 그만큼 갈등이 첨예한 곳이기도 합니다. 또 초경쟁시장이기 때문에 경쟁에서 승리해 위로 올라갈 수 있는 '기회'가 있는 시장이기도 하죠. 그러나 각자의 이​해관계가 다르다고 하더라도 연재 형태에 맞춰서 시장의 룰을 만들 필요에 대해서는 대부분이 동의하고 있습니다. 직접 목소리를 내긴 어렵지만, 함께 목소리를 낼 수 있다면 가능성은 있다는 말입니다. 다만, 그걸 누가 어떻게 만드느냐가 문제죠. 그렇다면 당사자의 목소리가 더욱 필요해집니다. 당사자인 플랫폼에게 절차에 맞는 책임을 요구하기 위해서도, 작가가 공정한 환경에서 연재하고 경쟁하기 위해서도 말이죠.

 

 

* 당사자의 목소리가 필요하다

 

물론, 아직 우리나라에선 웹툰작가는 물론 예술 분야의 '노동'을 이야기하는 것은 먼 일입니다. 심지어는 사업자를 내고 계약을 맺는 특수고용노동자들 역시 노동자로 분류되지 않아 곤란을 겪는 일이 많습니다. 법이 아직 따라오지 못하고 있는 셈이죠. 때문에 라이더유니온과 사측의 합의도 '민간분야의 구속력 없는 합의'일 뿐이라는 한계를 가집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사자들이 직접 합의를 통해 기구를 만들 수 있다면 가시적인 성과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게 됩니다. 같은 문제에 대해 누구는 연재 중단을 당하고, 누구는 자사의 다른 플랫폼으로 옮기는 등 들쭉날쭉한 기준, 악플에 노출되는 작가가 직접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문제처럼 이미 드러난 문제와 계약 단계부터 생겨나는 불공정을 막을 수 있는 방법까지 다양한 주제를 논의할 수 있게 된다면 좋지 않을까요?

 

 

라이더유니온과 배민, 요기요 등 사측은 상설협의기구를 만들고 정부에 배달서비스업 관련 법률 제정, 보험료, 배달료 등 노동자 권익증진 정책 마련, 고용보험, 산재보험 확대 등 사회안전망 체계 개편, 플랫폼 노동자 직업훈련 등 제도적 지원을 건의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이미 법이 만들어진 독일의 경우에는 구글을 직접 테이블에 앉히고 협상의 물꼬를 텄구요. 이미 웹툰은 전례도 있습니다.

 

산발적으로 흩어져 있는 작가들의 목소리를 모을 수 있는 방법이 요원하지만, 작가의 권익 증진을 위한 실질적인 행동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연재 후에 번 돈을 병원비로 탕진한다는 말이 농담이 아닌 지금, 또 어떤 문제가 생기면 플랫폼의 자의적 해석에 의존해야 하는 지금이야말로 창작자들의 목소리가 모여야 하는 때입니다. 더 나은 창작환경을 위해서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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