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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진스의 OMG와 회빙환: 준비된 무의미에서 의미를 찾아내기

에디터 이재민

뉴진스의 OMG와 회빙환: 준비된 무의미에서 의미를 찾아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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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01월 0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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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 | OPINION

 

오늘은 개인적인 이야기로 시작해볼까 합니다. 에디터는 1980년대 후반생입니다. 유년기에 IMF를 겪었고, 이후에는 인터넷이 숨쉬듯이 자연스러운 상황에 살았습니다. 성인이 된 다음에 스마트폰을 받아들인 세대기도 하죠. 아마도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모두 경험한 마지막 세대의 가장 중간에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제는 아저씨가 된 에디터가 뉴진스의 신곡이 나왔다길래, 콘텐츠를 다루는 입장에서 한번 봐야지! 싶어서 보다가 머리를 맞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뉴진스의 멤버 하니가 “저는 아이폰이었습니다”라고 말하는 장면을 보고 든 감정은 굉장히 복잡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뉴진스의 “OMG”를 보고 느낀 것을 글로 풀어내 볼 겁니다. 그런데, 그걸 웹툰이랑도 한번 연결시켜 볼 거고요.

 

1. 저는 아이폰이었습니다: 온라인에 익숙한 세대

 

일단 하니의 “저는 아이폰이었습니다”가 왜 충격적이었는지부터 설명을 해 보죠. 이 장면 직전에 하니는 “내가 누군지, 여기가 어딘지 알 수 없었다”고 말합니다. “진짜 내가 헷갈리기 시작했다”고도 하죠. 허5파6 작가의 <여중생 A>에서 “원더링 월드”라는 게임이 가진 역할과 비슷하다고 할까요. 현실에서 제공하지 못하는 의사소통과 관계맺기, 그리고 사람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일을 온라인 상에서 경험한 세대라면 저 말이 무슨 말인지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건 성인이 된 이후, 소위 사회생활을 하던 시기에 온라인이 ‘붙은’ 세대는 공감하기 어려운 지점입니다. 그건 현실세계의 부속품이지, 현실의 연장선이나 별개의 현실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세대는 이 말이 무슨 소리인지 이해할 수 없죠. 내가 현실에서 맺는 관계보다 온라인에서 맺는 관계가 더 자연스러운 사람들에게, 이 혼란은 자연스럽습니다.

 

그래서 에디터는 ‘저는 아이폰이었습니다’라는 말이 굉장히 충격적이었습니다. 에디터는 ‘스마트폰’이 부속품인 세대의 사람이고, 나의 자아를 형성하는데 중요한 도구는 PC와 인터넷이었지 스마트폰과 인터넷이 아니었던 세대의 사람이거든요. 그래서 하니는 ‘저는 아이폰이었다’고 말합니다. 내가 누군지, 여기가 어딘지 혼란스러운 와중에 내가 나임을 확인할 수 있는 도구가 바로 스마트폰인 세대가 등장했음을 확인한 충격이었다고 할까요.

 

2. 파괴된 고향과 생성되는 추억: 세대의 공감대

 

에디터가 절대로 공감할 수 없는 것이 한 가지 있습니다. 바로 ‘고향’에 대한 추억입니다. 황지우의 “뼈아픈 후회”에서처럼, 사랑했던 자리마다 모두 폐허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어릴 때 살았던 주택은 재개발되어 에디터가 살아보지 못한 아파트가 되었고, 그 다음에 살았던 아파트도 재건축되어 에디터가 살아보지 못한 아파트가 됐습니다. 에디터에게 ‘고향’은 결국 파괴되고 사라질 공간임을 의미합니다.

  

서울시 연구데이터서비스, 주택건설실적(1999~2011)

이건 단순히 주변 사람들의 경험 만이 아니라, 데이터로도 나타납니다. 서울시 연구데이터서비스의 자료에 따르면, 1990년대 초반~2000년대 초반까지 10년동안, IMF 직후인 1998년을 제외하고 매년 10만호 이상의 주택이 재건축됐습니다. 같은 자료에 따르면 1970년대 중반까지는 단독주택이 많았지만, 1990년 후반에는 10% 미만으로 줄어들고 그 자리를 아파트가 채웠습니다. 그리고 다시 2000년대 초반에는 다세대주택(빌라)가, 2003년부터는 아파트가 제왕의 자리를 차지합니다. 수도권에서 1990년대~2000년대를 살았던 사람이라면 이런 경험은 아주 흔할 거라는 추측이 가능합니다.

 

그러니까, 2000년대에 청소년기를 보낸 사람들에게 정서적 안정을 줄 수 있는 고향은 현실의 공간이 아니었다는 것이 에디터의 생각입니다. “여섯시 내 고향”에 나오는, 변치 않는 고향의 이미지는 없습니다. 오히려 (적어도 수도권에서 자란 사람에게) 고향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새로운 것이 등장하는 공간이죠. 그런데 그 공간에서 보낸 청소년기는 ‘대학 가서 해라’로 점철된 세상입니다. 

 

현실의 자아는 혼란스럽습니다. 물리적 실체로서 현실에 존재하지만, 정서적 안정과 추억은 온라인에 있는 사람. 앞서 언급한 <여중생 A>가 불러일으킨 공감대도 바로 이 지점을 건드렸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그걸 파괴한 영화가 혹평을 받은 이유도 여기에 있고요. 

 

이처럼 흔히 ‘대중’매체에선 ‘가짜인 가상을 벗어나 현실에서 행복을 찾으라’는 메시지가 나오곤 합니다. 그런데 과연 그런가요? 에디터에게 가상공간은 굉장히 큰 의미를 가진 추억의 공간이자, 지금도 이어지고 있는 친구를 만난 공간이기도 합니다. ‘실존하는 행복’의 공간이기도 한 거죠. 바로 이 때문에 하니가 ‘저는 아이폰이었습니다’라는 말을 했을 때 무슨 말인지 알겠다고 생각했던 거고요.

 

3. ‘회빙환’과 무의미해질 현실: 1은 곱하지 않아도 된다

 

그래서 다시, ‘현실이 각박하고 힘들어서 가상공간으로 도망친다’는 말로 돌아와 봅시다. 에디터가 동의할 수 없는 부분은 ‘가상 공간으로 도망친다’는 말입니다. 우리는 가상공간으로 도망쳐서 일시적인 대리만족을 위한 도파민 생성기로 장르를 소비하는 걸까요? 물론, 그런 측면이 없지는 않을 겁니다. 그래서 에디터도 절반은 맞는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비슷한 말이긴 하지만, 조금 다르게 한번 볼까요? 현실이 무의미해질 것이기 때문에 소위 ‘가상’ 현실에서 만족을 찾는 건 아닐까요? 에디터는 뉴진스의 OMG 뮤비를 보고 회귀, 빙의, 환생으로 대표되는 최근의 장르에 대해 저의 답을 내릴 수 있었습니다. 앞서 말한 과정을 통해서요.

 

회빙환 장르에서 중요한 건 ‘사이다’입니다. 소위 고구마 서사를 주지 않고 사이다를 들이키는게 유행이라고들 하죠. 그런데 초기 회빙환에서는 주인공의 구구절절한 서사를 보여줬습니다. 얘가 어떻게 힘들고, 이래서 절망적이고 하는 이야기들이 앞에 깔렸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그런 이야기를 보여주지 않습니다.

 

물론, 이건 장르적인 합의입니다. “얘(주인공)는 이런저런 사정이 있어~”하고 시작하는 것은 물론 장르적 장치지만, 현실의 관점에서 지금 힘든 건 어차피 변하지 않는 상수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미래에 대한 기대가 항상 배반해왔다는 거죠. 대학만 가면, 취업만 하면, 소위 ‘약속된 미래’가 있었는데 막상 거기에 당도해보니 다 들었던 것과는 달랐습니다. 미래에 대한 기대가 의미가 없으니, 미래는 다가와서 현재가 되어 무의미해질, 그러니까 상수로 존재하는 ‘예비된 무의미’가 됩니다.

 

4. 이세계, 그리고 이 세계: 두 세계를 모두 긍정하기

 

어차피 지금 살던 공간은 파괴되어 남이 살 아파트로 준비될 것이고, 미래를 준비해봐야 지금처럼 허우적거리기만 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면 사람들은 현실에서 도망치고 싶어지죠. 그런데 마침 온라인 공간이 있습니다. 온라인 공간은 현실의 공간과 분리된, 나를 위한 도피의 공간이 됩니다. 온라인에서는 나의 활동이 무의미하지 않습니다. 어떤 식으로든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죠. 그게 긍정적인 형태로 나타나는 경우보다 악플처럼 부정적인 영향력이 큰 것이 문제지만.

 

이제 장르 이야기를 해 볼까요? 회귀, 빙의, 환생을 중심으로 둔 장르에서 주인공은 빌런에 대항해 지구(세계)를 구하지 않습니다. 내 사적인 욕심, 또는 친한 사람을 구하려다 보니 세계까지 구하게 되는 경우가 많죠. 이건 세카이계(セカイ系, 주인공의 감정이나 사적인 관계가 세계의 운명과 연결되는 장르. <에반게리온>이 대표적)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납니다. 하지만 세카이계가 주인공의 감정적 미성숙으로 인한 혼란과 그에 따르는 성장이 배경이 된다면, 회빙환에서는 주인공의 감정보단 복수, 성취, 압도적 힘이 주된 요소로 보입니다.

 

그런데 굳이 왜 회귀, 빙의, 환생을 짚었냐구요? 회귀, 빙의, 환생을 통해야만 무의미해 보였던 이전의 삶이 의미를 갖기 때문입니다. 기억조차 하지 못했던 전생의 기억이 열쇠가 되는 <살아남은 로맨스>, 넓게 잡아서 현생에서는 아무도 읽지 않던 소설을 끝까지 본 덕을 보게 되는 <전지적 독자 시점>과 같은 작품만 봐도 그렇죠. 전생이 아예 무의미한 작품이 오히려 드물 겁니다.

 

사람들은 왜 <재벌집 막내아들>을 보고 화가 났을까?

 

최근의 예시론 <재벌집 막내아들>이 있죠. 이 드라마의 엔딩에 사람들이 분노한 것도 이 같은 이유입니다. 개같이 일해서 총맞고 죽은 삶, 무의미한 일에 목숨을 바쳤던 주인공 윤현우가 진도준이 되면서 의미를 전생이 유의미해지는 동시에 복수까지 하게 되었잖아요? 그런데 드라마에서는 그걸 되돌려서 “현실에서 행복하게 살아~”라고 해버렸으니까요. 드라마 시청자들이 화가 난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아니, 지금 현실은 의미가 없다니까요?

 

이런 장르가 인기를 얻을 수 있었던 건, 사람들이 쉽게 내 삶의 바깥 공간을 상상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혹자는 그걸 미디어의 발달 때문이라고, 초연결 사회가 낳은 현상이라고 해석할지도 모릅니다. 에디터는 그걸 ‘밈이 키운 세대’가 공유하는 감정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이 중심에는 현실 세계의 나와, 온라인에서의 내가 경험하는 것이 달랐기 때문에 느꼈던 불안감, 괴리감과 무력감이 있습니다. 바로 뉴진스의 하니가 ‘저는 아이폰’이라고 말하는 것과 같은 이유로요.

 

그래서 회귀, 빙의와 환생은 이세계로 진입하거나, 이 세계에서 두번째 기회를 얻어 ‘현실의 삶’이 의미를 가지는 지점을 만들어야 합니다. 회귀, 빙의, 환생에서 중요한 건 ‘내 삶의 기억’입니다. 윤현우가 진도준에 빙의했다는 걸 모른다면, 김독자가 읽었던 소설의 기억을 모두 잃는다면, 은채린이 전생과 연관이 있다는 걸 깨닫지 못했다면, 작품 자체가 붕괴해버립니다. 현실의 독자들에게 지금의 현실은 어차피 사라지거나 무의미해지기 쉬운 것인데, 역설적으로 제2의 삶을 통해 그것이 의미 없는 게 아니라고 말해주는 장르가 바로 회귀, 빙의, 환생입니다. 그렇게, 회빙환은 주인공이 살아가는 두 세계를 모두 긍정합니다.

 

그런데 뉴진스의 "OMG"역시 그렇습니다. 어찌 됐든 '가자'고 하는 다니엘도, '저는 아이폰'이라고 말하는 하니도 뉴진스의 멤버입니다. "OMG" 역시 현재의 삶을 부정하지 않습니다. 그 형태가 어떻든, 미워하고 증오하는 세계가 아니라 그 삶 자체를 긍정할 수 있는 세계로 가자는 메시지로 읽혔습니다. 그래서, 저는 "OMG"와 회빙환이 꽤나 닮아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기까지, 뉴진스의 “OMG” 뮤직비디오를 보고 에디터가 생각한 걸 정리했습니다. 짧게 요약해보면 이렇습니다. 지금 20대 초반~30대 후반까지의 사람들, 소위 ‘MZ’로 묶는 사람들이 가지는 공통점은 하나입니다. 온라인에서 관계맺기를 진지하게 해 보았다는 것. 그런데 그 매개채도 다릅니다. 거칠게 구분하자면 M세대는 PC, Z세대는 스마트폰. 이건 같은 세대로 묶을 수 없는 아주 큰 차이죠.

 

재건축 되는 공간, 재건축 될 공간

 

아무튼, 그 세대를 관통하는 경험 중 하나는 ‘고향’이라고 부를 공간이 재건축으로 사라지는 경험이라고 에디터는 생각합니다. 그 경험의 연장선에서 생각했을 때, 현재에 축적되는 것들은 때로 버리거나 짐이 되는 ‘무의미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나아가 현재는 예비된 무의미가 스쳐가는 시간인 거죠. 노동과 노력으로 삶을 바꾸기는커녕 유지하기도 어렵고요.

 

보통은 여기서 ‘그래서 사이다를 찾는다~’로 끝나지만, 한발 더 나가야 한다고 에디터는 보았습니다. 회빙환이 가능한 건, 현실의 삶이 무의미하기 때문인데 오히려 그 삶이 치트키가 되어 제2의 삶에서는 엄청난 도움을 얻게 되니까요. 무의미하지 않은 현재의 삶을 긍정하는 장르, 그리고 온라인과 오프라인 사이에서 디아스포라를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그 두가지 모두를 긍정해주는 결말까지. 이게 회빙환이 가지는 의미라고, 에디터는 생각했습니다. 

 

회귀, 빙의, 환생이라는 장르에 대해서는 많은 비판이 있습니다. 그런데 작품들을 보다 보면 ‘진짜 그 비판이 맞을까?’ 하고 들었던 의문에 에디터는 답을 찾은 것 같습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보시나요? 모쪼록 새해부터 재미있는 이야기가 되었기를 바랍니다. 그럼, 다음에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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