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계에 ‘아직까지 보지 못했던’ 시간이 지나갔습니다. 에디터도 “이게 올해 있던 일이었어?” 할 만큼 깜짝 놀라는 일이 많았던 한 해였습니다. 올해를 마무리하기 전에,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간략히 짚어보고자 합니다. 에디터는 정리하고 기록하고 분석하는게 일이지만, 당사자로서 이 시기를 경험한 모든 관계자분들께 경의를 표합니다. 자, 그럼 2021년 결산 한번 시작 해 볼까요?

 

1) 투자규모가 달라졌다: 천억대 투자 줄줄이

먼저 투자 규모가 달라졌습니다. 2021년을 열어젖힌 뉴스 중 가장 충격적인 건 역시 네이버웹툰의 왓패드 인수였죠. 한화로 약 6,600억원을 들여 세계 최대규모 웹소설 기업인 왓패드를 인수하고, ‘왓패드 웹툰 스튜디오’를 설립했습니다. 이제는 CJ와 함께 파라마운트를 가지고 있는 CBS 인터내셔널과 콘텐츠 제작 파트너십을 체결하기도 했죠.

 

  

 

뒤이어 카카오엔터는 1조원대 투자를 감행했습니다. 북미지역 웹소설 기업인 래디쉬를 5천억원 가량에, 북미 최초의 웹툰 플랫폼인 타파스를 4천억원 가량에 인수했죠. 2월에는 카카오가 카도카와의 최대주주로 등극하기도 했습니다. 여기에 들인 돈만 1조원을 훌쩍 넘깁니다.

봄툰을 운영하는 키다리스튜디오 역시 레진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하는데 천억원 이상의 주식을 들였습니다. 이미 만화 역사상 최대 규모가 되었을 것으로 짐작되는 투자 규모는 수십억~수백억대 투자를 모두 더하면 2조원을 웃돌지 않을까 짐작해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투자가 늘어나면서, 당연히 플랫폼이나 제작사 단위의 투자뿐 아니라 작품에 직접 투자하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또한 1990년대 말 우리나라 영화의 중흥기를 이끌었던 <쉬리>, <태극기 휘날리며>, <올드보이>등의 작품들이 등장할 수 있었던 이유, 즉 금융투자자가 웹툰에도 본격적으로 들어올 기미가 보이고 있습니다. 내년에는 이 흐름이 더 빨라지고, 규모가 커질 것 같아요. 이에 따라 ‘블록버스터’라고 불릴만한 웹툰 IP가 본격적으로 더 많이 등장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2) 웹툰, 글로벌 시장을 강타하다

<스위트 홈>, <D.P>, <지옥>. 넷플릭스 오리지널로 방영되어 전세계에서 흥행을 일으켰던 웹툰 원작 작품들의 목록입니다. 물론, <오징어게임>이 압도적인 성과를 보여주긴 했지만 그 빌드업의 과정에 웹툰 원작 작품이 있다는 건 부정할 수 없습니다.

 

  

<지옥>의 포스터들

 

뿐만 아니라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다음웹툰의 사명을 바꾸고, 서비스명도 ‘카카오웹툰’으로 변경했죠. 6월에는 태국과 대만에서, 8월에는 한국에서 서비스를 본격적으로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일본에서 픽코마를 운영중인 카카오재팬은 아예 사명을 ‘카카오픽코마’로 바꾸고 프랑스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유럽시장 진출을 노리고 있습니다.

한편, 네이버웹툰은 3월 독일 플랫폼을 런칭했고, 앞서 말했듯이 ‘왓패드 웹툰 스튜디오’를 설립, 본격적인 IP확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모기업인 네이버에서도 천억원대의 지원을 약속했고, 내년부터는 본격적인 결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한쪽에선 리디의 구독 서비스인 ‘만타(Manta)’가 북미 중심의 해외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으면서 본격적인 작품 늘리기에 매진하고 있고, 마블의 구독서비스인 ‘마블 언리미티드’에서는 스크롤 방식의 ‘인피니티 코믹스’를 선보였습니다. 

IP의 측면에서도, 네이버웹툰이 선보인 ‘슈퍼캐스팅’ 시리즈를 통해 북미시장에서 독자들에게 익숙한 DC, 아치코믹스 세계관의 작품을 선보여 좋은 반응을 얻고 있기도 합니다. ‘웹툰’이라는 방식이 이제는 글로벌한 현상으로 받아들여지게 될 것 같아요.

 

3) 여전한 플랫폼 – 작가 갈등

이렇게 웹툰이 잘 나가는 지금, 분명 점검하고 가야 할 부분도 있습니다. 2021년 10월 1일, 국정감사장에선 이진수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대표가 구설에 올랐습니다. 카카오의 수수료가 과도하다는 지적에 자사의 입장을 변호하다 혼쭐이 난 건데요. 당시 국회에선 꽤나 분위기가 살벌했죠.

 

  

국정감사장에 출석한 이진수 대표

 

수수료 문제를 100% 완벽하게 해결할 방법은 사실 존재하지 않습니다. 플랫폼과 작가 모두 이해당사자이기 때문에 더 받고 싶은 욕심은 있는 거니까요. 그 적정선을 찾기 위해 논의하고, 또 힘의 불균형을 맞춰가면서 타협하는 과정이 수수료 문제를 어느정도 해소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안입니다. 그런데, 지금까지 플랫폼사들은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방식이 더 많았고요.

플랫폼의 규모가 커지면서, 제작사나 에이전시는 물론 작가들은 더더욱 플랫폼에게 계약 문제를 따지고 들기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계약은 쌍방간 합의가 중요한데, 한쪽의 덩치가 너무 커지고, 심지어 투자 등으로 목줄을 죄면서 일방에 유리한, 또는 직접 관계자가 아닌 다른 사람들에게 불리한 계약이 일반화될까 우려된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작가와 플랫폼이 동반자라는 인식, 그리고 함께 성장할 수 있다는 확신은 언제쯤 가능할까요?

 

4) 수수료 문제, 소통의 부재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죠. 큰 그림에선 카카오와 네이버 같은 대형 플랫폼도 따지기 힘든 초대형 플랫폼들이 있습니다. 바로 최상위 플랫폼인 구글과 애플입니다. 올 한해 가장 시끄러웠던 주제 중 하나가 바로 구글의 인앱결제 의무화를 막기 위한 ‘구글갑질방지법’ 소식이었습니다.

 

이제는 MANGA(Meta, Amazon, Netflix, Google, Apple)이라고 불러야 하냐는... 얘기가 나오지만 그래도 GAFA는 GAFA죠.

 

법안은 통과됐지만, 구글은 꼼수를 쓰고 있죠. 인앱결제를 통하지 않으면 수수료를 26%만(!) 받겠다고 공지했습니다. 근데 지금 법은 이걸 막을 수가 없고, 법안을 또 논의하자니 설득력을 갖기 어렵고, 시행령으로 막아보자니 대선국면이고, 총체적 난국인 상황입니다. 

결과적으로 수수료 문제는 소통의 부재가 원인이 됩니다. 덩치가 큰 대형 플랫폼이라 할지라도 그보다 더 큰 플랫폼이 똑같이 굴면 막기가 힘들죠. 이 악순환의 굴레가 계속해서 돌아가지 않으려면, 작가들도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낼 기구가 필요해 보입니다. 이런 면에서 출판협회는 지금 구글과 단독으로 ‘상생협의체’를 만들어 비밀리에 논의를 계속하고 있다고 해요. 무슨 이야기를 어떻게 나누고 있는지 알 방법이 없는 상황인데, 웹툰계가 가만히 있다간 그냥 거기에 휩쓸려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지금까지, 2021년의 굵직한 이슈들을 살펴봤습니다. 지금 상황에 환호하기엔 이르고, 슬퍼하기엔 성장중입니다. 웹툰 시장이 지금 겪고 있는 문제 그냥 문제를 두고 보는게 아니라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장이 필요합니다. 올 한 해는 그걸 배우는 시간이 아니었나 싶네요. 적극적인 참여와 목소리, 그리고 소통이 성장통을 성장으로 바꿔내는 비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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