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들의 전쟁은 글로벌에서도 진행중이지만, 국내에서도 치열하게 경쟁이 진행중입니다. 국내 OTT의 대표주자는 웨이브, 티빙, 시즌, 왓챠, 쿠팡플레이 등이 있습니다. 여기에 애니메이션 전문 플랫폼인 라프텔이 있죠. 이 플랫폼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습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굵직한 이야기 두개, 오늘 한번 털어보죠.

 

1. CJ의 티빙, KT의 시즌과 합병

 


 

일단 CJ의 자회사 CJ ENM이 운영하는 티빙과 KT의 자회사 스튜디오지니가 운영하는 시즌이 합병을 결의했습니다. KT의 최근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로 대박을 터뜨린 KT가 뭐가 아쉬워서 티빙과 합병하는 걸까요? 이제 본격적인 콘텐츠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데, 왜 굳이 티빙과 합병을 하는 것일까요?

 

먼저 ‘합병’ 이라고 하면 모든걸 다 팔아버리고 떠나는 것처럼 생각하기 쉬운데, 사실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습니다. 이번 티빙과 시즌의 합병에서도 두 회사가 합쳐지면 주식이 섞이는데, 이렇게 섞여서 묽어진(?) 주식을 ‘희석주’라고 합니다. 희석주 기준으로 새로 출범할 티빙+시즌의 최대 주주는 당연히 가장 많은 돈을 가진 CJ ENM일 거고, 2대 주주는 예전 JTBC 스튜디오였던 스튜디오 룰루랄라(SLL), 3대 주주에 KT 스튜디오지니와 사모펀드, 그리고 4위가 네이버가 됩니다.

 

* 스튜디오 룰루랄라는 왜 나오나

 

어? 일단 CJ ENM은 이해가 가는데, 스튜디오 룰루랄라와 스튜디오지니, 그리고 네이버는 뭐지? 싶으실 겁니다. 차근차근 설명을 드릴게요. 당연히 CJ ENM이 소유한 티빙이니까 CJ ENM이 대주주고, 스튜디오 룰루랄라는 ‘JTBC 스튜디오’이던 시절 CJ ENM과 합작해서 만든 OTT였습니다. CJ ENM이 배급을 맡고, 스튜디오 룰루랄라가 제작을 맞는다는 큰 그림을 그렸었죠. 그래서 지금도 지분을 들고 있는 겁니다. 실제로 두 곳은 웹툰 <샤크> 원작의 영화 <샤크 : 더 비기닝>을 제작하는 등 합을 맞춰오고 있습니다.

 

* 왜 하필이면 티빙이었을까? 또 왜 하필 시즌이었을까?

당연히 KT의 KT스튜디오지니도 지분을 가지고 있습니다. 현재 시즌의 지분을 티빙의 지분으로 바꿔서 한 회사가 되는 것이니까요. 그렇게 바꿔서 들어간 시즌의 지분 비율이 티빙 기준으로 3위가 되는 겁니다. 그런데 한가지 궁금해집니다. KT는 왜 티빙을 파트너로 삼기로 했던 걸까요?

 

현재 티빙은 국내 OTT 기준 2위, 전체 OTT 기준 3위 정도를 차지하는 플랫폼입니다. 2021년 6월 기준으로 추정해본 국내 넷플릭스 이용자는 약 1,100만명, 2위인 웨이브 이용자는 423만명, 3위인 티빙이 400만여명, 시즌은 156만명가량으로 6위 정도를 마크하고 있습니다. 국내 콘텐츠업계 1위를 노리는 CJ ENM도, KT가 투자와 지원을 약속한 시즌도 만족스럽지 않은 성적표입니다. 

 

이미지 출처=와이즈앱

 

그런데 여기에 새로운 경쟁자가 등장합니다. 바로 6월 기준 370만여명 이용자를 확보한 것으로 보이는, 스포츠부터 드라마까지 말 그대로 엄청난 투자를 쏟아붓고 있는 쿠팡플레이입니다. 국내 서비스 OTT 기준 4위, 국내 OTT 기준 3위입니다. CJ 입장에선 위협이, KT 입장에선 격차가 더 벌어지는 느낌이었을 겁니다.

 

그런데 400만명의 티빙과 156만인 시즌이 합치면 산술적으로는 550만명이 넘는, 서비스 기준 2위, 국내 1위 OTT 플랫폼이 탄생합니다. 물론 넷플릭스의 절반 수준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가능성을 가지게 되는 거죠.

 

* 숫자만으론 부족하지 않나?

물론 숫자만으론 부족합니다. 550만명이 있다고 해도 콘텐츠가 없으면 말짱 꽝이죠. 그런데 KT 스튜디오지니 산하에는 웹소설 플랫폼 ‘블라이스’가 있습니다. 지금은 힘이 떨어지긴 했지만 웹툰 플랫폼 ‘케이툰’도 있죠.

 

이미지 출처=스토리위즈

 

KT는 이미 올레TV모바일을 시즌으로 재편하면서 웹소설 <쉿! 그놈을 부탁해>와 함께 드라마를 제작해 공개하기도 했고, 웹툰 웹소설 전문 자회사인 스토리위즈와 함께 <컬러 러쉬>의 시즌 1, 2를 제작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습니다.

 

CJ 역시 2020년 네이버와 6천억원대 주식교환으로 ‘혈맹’을 이룬데 이어 이번에 희석되는 티빙 주식의 4번째 주주로 네이버를 두고 있습니다. <유미의 세포들> 시즌1, 2에 이어 <내과 박원장> 등의 작품을 공개하기도 했고, 하반기에 <방과 후 전쟁활동> 등의 굵직한 작품을 공개하려고 준비중이기도 합니다. 올 초에는 웹툰 OST를 주제로 한 경연 예능을 기획중이라는 얘기가 들리기도 했죠. IP 확보가 핵심인 OTT 경쟁에서 글로벌 협력사인 네이버웹툰은 물론 IP 운용을 하고 있는 KT와의 협력은 CJ 입장에선 손해볼 일 없는 장사고, 시즌으로는 투자 대비 효율이 적다고 느꼈을 KT 입장에서도 이득이 되는 장사라고 판단했을 겁니다. 바로 그렇게, 티빙과 시즌은 오는 12월에 한 회사가 되어 본격적인 시너지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2. 왓챠가 팔릴지도 모른다고? 어디에?

 


 

국내 OTT 중 꽤나 초기부터 사업을 시작해 두각을 드러냈던 왓챠가 위태롭습니다. 문제는 여러가지지만 짧게 압축하면 일단 오리지널 콘텐츠 역량 부족, 콘텐츠 역량을 키우기 전에 음악, 웹툰으로의 무리한 확장 시도, 부족한 역량을 신장시키기보다 투자를 받아서 해결하려고 했던 안일한 태도 정도가 주된 문제로 지적 받고 있습니다. 특히 왓챠에서 함께 방영되며 좋은 반응을 얻었던 “좋좋소”를 오리지널로 제작하면서 팬들로부터 혹독한 평가를 듣기도 했습니다. 지난 2월 말, 왓챠가 미디어데이에서 "왓챠 2.0"을 말한지 채 반년이 되지 않아 왓챠가 위태로운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죠.

 

* 경우의 수 1: 웨이브가 인수할 경우

그래서인지 매각설이 뜨겁습니다. 먼저 웨이브(WAVVE)가 인수할 경우 어떨지 한번 살펴보도록 하죠. 웨이브는 SKT가 지상파 3사와 합작해 만든 OTT 서비스입니다. 여전히 건재한 지상파의 파급력에 더해 온라인 감상까지 이어질 수 있는 프로세스를 만들고, 드라마 시리즈, 영화 위주인 타 OTT와 달리 지상파의 예능, 음악방송 등을 볼 수 있다는 장점을 앞세워 세대를 막론하고 사용량을 늘려가기 시작했습니다.

 

사실 웨이브가 왓챠를 인수할 수도 있다는 말은 작년 말부터 꾸준히 나왔던 떡밥입니다. 웨이브가 왓챠를 인수한다면, 어떤 시너지가 있을까요? 예전에는 몰라도, 지금은 사실 좀 불투명해 보입니다. 왓챠가 가지고 있는 강점이라면 “가짜사나이” 시리즈나 “좋좋소”같은 통통 튀는 콘텐츠를 서비스할 수 있다는 점일텐데, 그마저도 유튜브에 밀리죠. 유튜브에서 흥하는 콘텐츠를 웨이브에서 리메이크 한다면 그냥 웨이브가 하면 됩니다.

 

웨이브 최고 화제작.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출처=WAVVE)

 

심지어 “유 레이즈 미 업”이나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처럼 오리지널의 화제성은 왓챠보다 웨이브가 앞섭니다. 100만을 겨우 넘는 왓챠를 인수해도, CJ-KT의 티빙-시즌 인수합병 이후 사용자로 추정되는 550만을 무조건 이긴다고 볼 수도 없습니다. 확실한 승리를 약속할 수 없는 떡밥에 큰 투자를 진행할 만큼 경기 상황이 좋지도 않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굳이 시너지를 찾자면, 왓챠가 준비중인 웹툰과 음악 등 다양한 플랫폼이 있을 겁니다. 특히 웹툰 비즈니스는 구미가 당길 수 있습니다. SKT도, 지상파 3사도 오리지널 IP가 필요한데 왓챠가 웹툰 플랫폼을 들고 들어와 준다면 미래를 도모해볼 수 있겠죠. 하지만 가능성은 낮아 보입니다.

 

* 경우의 수 2 : 리디가 왓챠를 인수할 경우

이 와중에 리디가 왓챠 인수에 관심이 있는 것 같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이미 리디는 2019년 애니메이션 전문 OTT인 라프텔을 인수한 바 있습니다. 또한 올 2월에 1,200억원을 투자받기도 했습니다. 어느정도 총알도 충분한 상태니까, 이것만으로도 꽤나 설득력이 있습니다.

 


"시맨틱에러" 포스터(출처=왓챠)

 

여기에 리디는 왓챠와 이미 <시맨틱 에러>로 톡톡히 재미를 보기도 했습니다. 왓챠가 급하게 BL PD 채용에 나설 만큼 성공했죠. 웹툰은 이미 리디가 가지고 있으니, 거꾸로 IP를 가진 곳이 영상을 서비스할 플랫폼을 구매하려고 한다면? 왓챠는 꽤나 괜찮은 선택지가 될 겁니다.

 

물론 영상은 성공 여부도 불투명하고, 오랜시간 투자해야 하는 고난한 길이 될 겁니다. 당장 내일 뭐가 성공할지 모르는 콘텐츠 업계에서 인수합병은 신중해야 하는 게 맞습니다. 그런데 리디에게는 꽤나 매력적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리디는 오리지널 콘텐츠로 글로벌 서비스를 하는 ‘만타(MANTA)’를 런칭한 바 있습니다. 여기에 영상 콘텐츠를 직접 서비스할 수 있는 왓챠를 가져올 수 있다면? 애니메이션 전문 OTT, 실사 시리즈 전문 OTT를 모두 가지게 되는 것이고, 장기적으로는 오리지널 콘텐츠로 본인들의 서비스를 통합할 수 있는 큰 그림도 그릴 수 있을지 모릅니다. 그래서 오히려 영상 OTT인 웨이브보다는 웹툰-웹소설을 바탕으로 콘텐츠 확장을 꾀하는 리디가 조금 더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 하고 추측해보게 되네요.

 

 

지금까지 살펴본 티빙의 시즌 합병, 왓챠의 매각설의 방향은 한 가지를 가리키고 있습니다. OTT들의 경쟁이 심화되고, 오리지널 IP를 찾기 위한 경쟁으로 귀결되는데, 그 결론에는 웹툰과 웹소설이 있습니다. 영상화는 웹툰이라는 IP를 더욱 확장하는 창구일 뿐 아니라, 새로운 대중매체의 핵심이 된 OTT의 경쟁력을 위한 필수요소가 되어가는 것 같네요. 아직은 추측이라서 어떤 미래가 올지 확신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도 알아 둬서 나쁠 것 없는 이야기, 꽤나 흥미로운 이야기지 않았나요? 그럼, 다음 칼럼으로 찾아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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