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 얘기는 아닌 것 같아도 뜯어보면 웹툰 얘기와 관련 있는 소식을 전하는 재민 에디터입니다. 최근에 굉장히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가수 이승기씨가 소속사인 후크엔터테인먼트에 투명한 정산 공개를 요구하는 내용증명을 보냈고, 법적 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는 겁니다.
디스패치는 이 소식을 전하면서 이승기씨가 지난 18년동안 한 번도 정산을 받은 적이 없다는 내용을 전했습니다. 에디터가 기억하는 이승기씨의 히트곡만 해도 “내 여자라니까”, “삭제”, “정신이 나갔었나봐”, “결혼해 줄래”, “우리 헤어지자”, “사랑이 술을 가르쳐” 등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이라면 노래방에서 한 번쯤은 불러봤을 노래들입니다. 그런데 한 번도 정산을 못 받았다니, 이게 무슨 말인지 의아했습니다.
이승기는 데뷔곡부터 신드롬을 일으킨 가수였습니다. “내 여자라니까”를 부르며 스타덤에 오른 이승기는 이선희씨의 제자로도 잘 알려져 있죠. 훤칠하고 잘 생긴 외모에 가창력, 그리고 학생회장 출신이라는 건실한 청년으로 뭐 하나 빠지지 않는 만능 플레이어였습니다. 심지어 1박 2일을 통해서는 예능에서도 실력을 증명했고요.
그런데 이승기는 2004년 데뷔 이후 지금까지 단 한 번도 MG를 제외한 정산금을 받은 적이 없다고 합니다. 이승기는 본인이 적자 가수인 줄 알고 있었다고 하죠. 그런데 이승기가 적자 가수면, 우리나라에 노래로 돈 버는 사람이 있기는 한가요?

* 2021년 1월, ‘잘못 전송된 문자’ 하나
더 가관인 건, 디스패치의 보도에 따르면 2004년부터 2009년까지 정산 기록은 아예 삭제됐다고 합니다. 대표곡인 “내 여자라니까”와 “삭제”가 한창 히트칠 때의 기록은 아예 찾을수도 없는 거죠. 이승기는 어떻게 이 일을 알게 됐을까요? 지난해 1월, 이승기는 문자를 한 통 받습니다. 

뻔한 남자 : 63,823,490 (음원) 
더 프로젝트 : 169,784,100 (음반) 
합계 : 233,607,590 
MG : 200,000,000 
차액 : 33,607,590원 
이번 달부터 세금계산서 발행하고 익월부터 입금 처리됩니다.

이 문자는 이승기에게 전송될 문자가 아니었는데 잘못 전송된 것이었다고 해요. 그리고 이승기씨는 이걸 보고 ‘나도 돈을 버는 가수구나’라는 생각을 했다고 하죠. 그리고 선배 A씨에게 “저도 돈을 버는 가수네요”라고 말했답니다. 그 선배 A씨는 “무슨 소리냐, 나도 정산을 받는데, 정산 한번도 못 받았냐”며 “너 엄청 벌었어!”라고 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승기씨는 정산 내역을 확인해보려고 했는데 어려움을 겪었고, 결국 지난 11월 17일 내용증명을 발송하면서 소속사와 법적 분쟁이 일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소속사 대표는 오히려 이승기에게 화를 냈다고 합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난 걸까요?

* 계약서에 숨은 ‘비용처리’
앞선 2021년 1월 받은 문자를 토대로 이승기는 임원들에게 수차례 정산 확인을 요구했다고 합니다. 그때마다 돌아온 건 가스라이팅이었습니다. “네가 마이너스 가수인데 어떻게 정산을 해주니?”(2021년 6월), “앨범 홍보비가 얼마나 많이 드는지 아니?”(2022년 8월), “우리가 회계팀 박XX에게 정산 자료 준비하라고 했는데, 그 미친X이 일하기 싫어서 안 해준 거잖아”(2022년 11월) 등 지속적으로 ‘마이너스 가수’라고 거짓말을 해 왔던 거죠.
이승기와 후크엔터가 작성한 계약서를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디스패치의 보도에는 계약 내용 일부가 공개되어 있습니다. 그 내용을 보면 수익분배방식에 대한 내용이 있는데, 여기서 ‘수익분배의 대상이 되는 수익’은 모든 수입에서 광고수수료 비용과 기타 ‘갑(후크엔터)’이 ‘을(이승기)’의 동의하에 지출한 비용을 공제한 금액을 말한다고 되어있습니다.
이때 보통 비용을 소속사가 아닌 연예인이 책임을 지고 수익분배를 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어차피 연예인이 활동하는데 들어가는 비용이니까요. 그런데 이승기의 계약에선 후크엔터가 직접 비용을 부담하는 대신 이승기 7 : 3 후크엔터의 비율로 수익쉐어를 하기로 합의합니다. 그럼 이승기씨가 부른 노래들에 대한 정산도 7 : 3으로 정산이 되었어야 하는게 맞습니다. 그런데, 단 한 번도 이승기씨에겐 수익이 제대로 정산된 적이 없었던 거죠.

2018년 5월 작성한 부속합의서 (출처=디스패치 기사)

자, 여기서 이승기가 정산을 받지 못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이유가 나옵니다. 바로 ‘비용처리’를 후크엔터가 담당했다는 점입니다. 이승기가 앨범을 만들 때 들어가는 비용 등을 포함해서 활동에 필요한 이동에 필요한 비용과 체류비용, 매니저 인건비, 식대 등 다양한 돈이 비용으로 들어가게 됩니다. 이걸 모두 후크엔터가 대는 대신 수익분배 비율을 7:3으로 조정한 거죠. 그런데 이승기는 법인카드 200만원짜리 한 장도 매니저가 일일이 보고하고 허락을 받아가면서 써야 했고, 간식 사사먹는 것 하나도 자유롭지 않았습니다.
물론 그랬다고 하더라도 정말 이승기가 적자를 보는 가수였다면, 서로 최선을 다했는데 수익이 안 난 거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이승기가 2015년 발매한 6집을 제작하는데 든 비용은 1억 7천 2백만원입니다. 그리고 6집 음원 수익이 2억 1천만원, 음반 수익 1억 3,100만원, 직유통 수입 1,300만원으로 3억 5,400만원을 벌었습니다. 그리고 카카오에 음원을 유통하는 대가로 받은 MG가 7억원이고요. 간단하게 계산해도 10억원 이상의 수익이 발생했습니다. 비용을 100% 후크가 냈더라도 8억 8천여만원의 수익이 남습니다.
이승기가 적자 가수일리가 없죠. 흑자도 아주 큰 흑자를 내는 가수였던 겁니다. 앨범 하나에 10억씩 벌어다 주는 가수였던 거죠. 그런데 ‘우리가 내는 비용이 너무 크다’고 이승기에게 거짓말을 한 겁니다. 기자에게 뭘 보내고, 홍보를 위해서 발로 뛰어야 하는 비용이 아무리 커도 8억을 넘을리가 없습니다. 사업을 그렇게 하면 망하는데, 후크엔터는 아주 잘 나가는 엔터사 중 하나죠. 그런데, 정산 내역을 안 보여주고 있었던 겁니다. 그러면서 이승기에겐 계속해서 “적자 가수”라고 말해왔던 거죠. 

* 웹툰이랑 무슨 상관?
결국 이건 계약에서 쉽게 넘어갈 수 있을 ‘비용’을 누가 부담하는가 하는 문제로 보이지만, 그걸속여서 덤터기를 씌운 것이 맞는지를 확인해야 하는 문제입니다. 물론 작품 홍보를 위해 발생하는 비용, 작품 유통을 위한 미팅 등에 사용되는 비용은 발생할 수밖에 없습니다. 당연히 그걸 대행하는 유통사나 제작사, 에이전시 입장에선 이걸 비용처리해야 하고요. 그걸 위해 ‘법인카드(일명 법카)’가 있는 거죠.
여기서 웹툰이랑 상관있는 부분이 나옵니다. 바로 이 ‘비용’에 대한 부분이 계약에 어떻게 명시되어 있는지, 그리고 정산이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으면 무슨 일이 생기는지를 너무 명확하게 보여주는 사례인 거죠. 정산내역 공개는 계약 당사자들끼린 기본중의 기본입니다. 내가 얼마를 벌었고, 거기서 비용이 얼마가 발생했고, 세금과 수수료를 포함한 공제금액을 제외한 수익이 어느 정도 나왔으니 비율에 맞추면 어느 금액이 입금될 것이다. 이런걸 보여주는게 정산내역이니까요. 일한 대가를 어떻게 받는지를 확인하는 건 기본중의 기본이죠.
그러니까, 아마추어와 프로를 나누는 가장 명확한 기준은 다른게 아니라 ‘정산내역 확인’입니다. 아마추어는 정산내역 확인을 하려면 자기 통장을 보면 되지만, 프로는 정산내역서를 입금내역과 맞춰볼 필요가 있거든요. 그래서 지난 수년간 웹툰작가들이 ‘투명한 정산’을 요구했던 겁니다.

* 신뢰와 성장은 투명한 정산에서 출발한다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크게 두가지가 필요합니다. 하나는 플레이어간의 신뢰고, 두번째는 그 신뢰를 만들어줄 근거입니다. 투명한 정산은 신뢰를 만들기 위한 근거 중에서도 가장 밑바탕을 이룹니다. 피를 나눈 가족이거나, 아니면 오래된 친구 관계여도 비즈니스 관계가 되면 관계가 깨지기 쉽습니다. 그런데 작품 제작도 아니고 유통으로 엮인 관계라면, 이 비즈니스 관계에서 신뢰가 무엇보다 중요하겠죠. 하지만 후크엔터는 이승기의 신뢰를 완전히 잃은 것으로 보입니다. 비용이 과하게 투자되었다는 거짓말로 일관하면서, 2004년부터 치면 18년, 이승기씨가 요구한 걸로만 쳐도 2021년부터 지금까지 정산을 한 번도 제대로 보여주지 않았으니까요.

최근 카카오엔터가 정산페이지를 만들어서 작가들도 이제 정산페이지를 볼 수 있게 됐다고 하죠. 그런데 작품마다 계정을 만들어야 하는 등 일부 불편을 겪고 있는 작가들이 있다고 합니다. 이런 부분을 어떻게 수정하느냐가 ‘신뢰’를 구축하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일 겁니다. 
지금까지 정산 내역을 보여주지 않은 모든 업체가 후크엔터처럼 뒷주머니를 차려고 했던 건 아닐 겁니다. 실제로 수익을 작품별로 분류하는 작업은 굉장히 민감하고, 아무나 알바 써서 시킬 수 있는 류의 작업은 아니기도 하죠. 그런데, 그 중에 ‘나쁜 마음을 먹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투명한 정산을 요구하는 겁니다. 이게 신뢰의 기본이니까요. 숨길게 없다면 보여주는게 왜 안되겠어요?
그래서 만화가협회를 비롯한 작가단체들에서는 ‘계약서 작성 전에 전문가 자문을 받으라’고 조언합니다. 만화가협회에 직접 연락해도 좋고, 아니면 주변 선배들, 그것도 아니라면 웹툰인사이트에 자문을 구하셔도 됩니다. 법무법인 덕수 파트너 변호사이자 만화가협회 자문 변호사인 김성주 변호사도 “계약서는 합의에 의해 작성되는 것이 원칙이기 때문에 내용을 완전히 파악하고 있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전문가 자문 등을 반드시 받고, 계약 작성자인 본인이 내용을 완전히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을 요구해야 한다”고 전했습니다.
만약 계약서 검토하겠다는 것을 거부하거나, “다들 이렇게 한다”며 사인을 종용하거나, 또는 “지금 여기서 사인하지 않으면 계약할 수 없다”고 말하는 경우가 있다면 반드시 웹툰인사이트에 제보(soulnaraa@webins.co.kr)를 부탁드립니다.

이승기의 사례는 톱스타 가수가 단 한 번도 정산을 받은 적 없다는 충격적인 내용으로 화제를 모았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정말로 수익 정산 기준을 채우지 못하는 경우도 있을 겁니다. 아마 이쪽이 더 많을 거고요. 웹툰도 그럴 겁니다. MG가 그래서 좋지 않은 평가를 받고 있기도 하죠. 그렇다고 해도, 아티스트가 기죽을 필요는 없습니다. 그걸 감수하기로 결정한 건 사업자의 입장입니다. 아티스트는 자기 작업을 하면 되고, 사업자는 투명하게 정산을 하면 됩니다. 그게 프로페셔널 아니겠어요? 웹툰계가 조금 더 프로페셔널해지기를 바라고, 이승기씨가 받은 피해가 빠르게 원복되기를 바라며 오늘의 칼럼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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