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을 돌아보면 정말 정신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작년 일인 줄 알았는데 올해 벌어진 사건이고, 에디터가 이미 기사를 썼다는 걸 발견할 때도 있었습니다. 세상이 이렇게 빨리 돌아가는데 전망하는 게 무슨 큰 의미가 있을까 생각을 했다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리 이야기를 해 둘 필요가 있다는 생각도 함께 들었습니다. 2023년의 키워드는 무엇일지, 지금부터 한번 살펴보도록 하죠.

 

1) 수수료: 애플과 구글은 현재진행형

 

 

가장 먼저 떠오른 문제는 수수료 문제였습니다. 애플과 구글의 수수료 문제는 첨예한 대립을 겪고 있는데요, 지금 애플이 유럽에서 제3자 마켓에 시장을 개방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수수료 문제가 다시 뜨거운 감자가 될 가능성이 있어 보입니다.

만약 애플이 제3자 마켓을 열어줄 경우, 가능성은 크게 두가지로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첫번째는 가장 가능성이 높은, 애플이 ‘입점세’를 받는 경우입니다. 애플이 자사에 마켓이 입점하는 대가로 수수료를 요구하고, 결과적으로 애플이 받는 수수료와 입점 업체가 받는 수수료의 비율이 30%에 비슷하게 수렴하는 경우입니다.

두 번째 경우는 가능성은 낮지만 소비자에게 유리한 경우입니다. 바로 애플이 제3자 마켓 입점을 제한 없이 받아들이고, 애플페이 등 일부 기능을 제공하는 경우가 그것입니다. 하지만 애플은 ‘iOS 생태계의 높은 보안 수준’을 강조하고 있으므로 이 경우는 실현 가능성은 아주 낮다고 볼 수 있습니다.

구글 역시 수수료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습니다. 소위 ‘구글갑질방지법’을 무력화시키는 일종의 ‘꼼수’를 부린 만큼, 구글갑질방지법을 개정해서 이런 꼼수를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무부처인 방통위가 사실조사 단계에서 미적지근하게 대응하는 등 해결 방안은 요원하다는 점이 내년의 쟁점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물론, 방통위가 얽혀 있는 정치적 쟁점들이 너무 많아서 어떻게 될지는 미지수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세계의 기조가 애플과 구글의 일방적 수수료를 금지하는 방안인 것은 확실해 보입니다. 미국, 유럽뿐 아니라 여러 국가들이 조금씩 목소리를 모으고 있다는 점에서, 2023년에 상황이 어떻게 바뀔지는 두고봐야겠습니다.

 

2) AI: 기술의 언덕을 지나

인공지능 기술은 두가지 평가를 받습니다. “강물을 거꾸로 거슬러 오르는 연어나 인간의 손도 못 그리는 멍청이”와 “인간 시대의 종말을 알리는 종소리”라는 평가죠. 둘 중에 뭐가 맞을까요? 사실 우리는 그 중간 어디엔가 와 있습니다.

 

가트너의 '하이프 사이클'(출처: 위키백과)

 

미국의 정보 기술 전문 기업인 가트너의 ‘하이프 사이클’을 보면 ‘부풀려진 기대의 정점(Peak of Inflated Expectations)’과 ‘환멸 단계(Trough of Disillusionment)’의 격차가 가장 큽니다. 지금 인공지능은 이 단계를 지나고 있는 것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그리고 ‘계몽의 언덕(Slope of Enlightenment)’를 지나면 마지막의 평탄한 안정 단계에 접어들게 됩니다.

2023년에는 인공지능이 ‘계몽의 언덕’ 단계를 지날 수 있을 거라고 전망해볼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부풀려진 기대와 실망 사이를 오가다가, 정말로 쓸모 있는 무언가가 나오기까지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특히 마이크로소프트의 인공지능 앱 ‘디자이너’가 공개 예정되어 있고, 어도비 역시 인공지능 기반 만화 제작 툴 ‘코믹 블라스트’ 역시 내년 정도에 선보이거나, 코믹 블라스트가 가진 기능들을 다양한 툴에 녹여낼 가능성이 있습니다. 거기에 다른 업체들도 새로운 텍스트 기반 이미지 제작 도구, 후보정 전문 도구 등 다양한 기능을 갖춘 인공지능 도구들을 공개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인공지능은 여전히 뜨거운 화두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특히 여러 논란을 겪고 ‘상용화 가능한’ 상업적인 기술로서의 인공지능 프로그램이 등장할 것이라는 예측 역시 전혀 허황되지 않습니다. 네이버웹툰이 선보인 채색 툴, AI 페인터가 나온지도 1년이 넘은 만큼 웹툰에 특화된 무언가가 나오지 말라는 법도 없죠. 특히 셀시스의 클립스튜디오가 인공지능 이미지 제작 도구를 추가했다가 철회한 것을 보면, 보조도구로서의 인공지능은 이미 충분히 상용화가 가능합니다. 또, 시장의 흐름을 보면 그 시점은 내년이 될 가능성이 가장 높습니다.

 

3) 도서정가제 재논의

2019년부터 2020년을 뜨겁게 달구었던 도서정가제가 다시 논의됩니다. 도서정가제는 3년에 한번일몰기한을 가집니다. ‘일몰기한’, 조금 낭만적인 말이지만, 재논의를 통해 수정하지 않으며 그냥 폐기되고 사라진다는 뜻입니다. 2020년 논의를 지났고, 벌써 2023년이죠. 3년이 지났으니 다시 도서정가제 일몰기한이 다가옵니다. 그래서 이미 지난 11월부터 도서정가제 개정 및 보완을 위한 TF 회의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또, 하필이면 지금 타이밍에 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공문을 보내 관행적으로 해 오던 웹소설 재정가 등의 이벤트에 태클을 걸고 있다는 점도 눈에 띕니다.

물론 문체부와 출판계는 ‘오랫동안 논의해왔다’는 입장이지만,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는 말이 있잖아요? 특히, 2월 2일에 웹툰과 웹소설 등 디지털 콘텐츠에 대한 논의를 한다고 하는데, 여기서 무슨 이야기가 나오는지에 따라 방향이 크게 갈릴 것으로 보입니다. 

 


 

일단 연재물이어도 ‘간행물’이니 도서정가제의 영향 하에 있어야 한다는 출판계와 문체부, 그리고 별도 식별체계 마련을 통해 디지털 콘텐츠를 별도로 보아야 한다는 웹툰계가 서로 의견이 맞을지, 아니면 또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게 될지가 쟁점입니다. 이미 문체부에서는 웹툰상생협의체를 통해 별도의 식별체계 마련을 논의하기로 한 만큼, 문체부의 출판과와 대중문화과가 긴밀한 논의를 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한편 문체부에서는 지난 2020년 7월에 열렸던 역사상 최초 도서정가제 공청회를 계기로 앞으로도 공청회를 자주 열겠다고 했었는데요, 보다 투명하고 열린 도서정가제 회의가 이뤄질 수 있을지도 지켜봐야겠습니다.

 

4) 유럽: 새로운 도전

 

 

글로벌 시장에서는 유럽, 그 중에서도 프랑스가 격돌지역으로 꼽힙니다. 네이버웹툰의 유럽 본부가 있고, 카카오픽코마가 진출해 있고, 키다리스튜디오의 델리툰이 있는 곳이기도 하죠. 이 외에도 현지에서 자생중인 플랫폼도 있습니다. 특히 네이버웹툰은 그동안 한국 리더로 역량을 발휘했던 김여정 리더를 유럽 본부의 장으로 선임하는 등, 유럽에 힘을 싣고 있습니다. 

유럽에서 만화 시장이 가장 큰 곳은 주로 프랑스, 스페인, 그리고 독일이 꼽힙니다. 때문에 프랑스를 중심으로 네이버웹툰이 진출해 있는 스페인과 독일까지 유럽 경쟁구도가 확대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이탈리아와 영국 등 전통적인 ‘만화 시장’을 갖춘 곳들 역시 후보군에 오를 수 있죠. 특히 네이버웹툰은 현지 공모전도 개최했고, 이제 자리를 잡아가는 시점에서 ‘프랑스/스페인/독일 작가의 히트작’이 나올지도 주목됩니다. 북미지역에서는 이미 <로어 올림푸스>나 <unOrdinary>와 같은 작품들이 성공했죠. 거기까지 걸린 시간이 대략 5년 정도였는데, 그 주기를 2~3년으로 당길 수 있을지도 주목해볼 점입니다. 이게 중요한 이유는, 네이버웹툰 역시 이제는 성과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주주들에게 매번 기다려달라고 해 왔지만, '성과를 내고 상장하겠다'고 선언한 상태기 때문에 본격적으로 매출, 즉 숫자로 증명해야 하는 네이버웹툰이 공격적인 움직임을 보여줄 가능성이 높습니다.

카카오픽코마는 일단 출발은 순조롭습니다. 한국 웹툰을 해외에 판매하고 있는 파이프라인 역할을 해내고 있는데, 일본 외의 시장에서도 먹힌다는 걸 이미 확인한 만큼 박차를 가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동시에 카카오는 북미에서도 새로운 플랫폼을 가동하게 되는데, 카카오엔터와 카카오픽코마라는 두 개의 트랙을 동시에 돌리는 전략이 과연 시너지를 내면서 성공할지도 주목해볼 지점입니다. 특히 카카오는 유료 마켓 중심의 플랫폼이니만큼, 실질적인 이득과 성과가 필요하죠. 그런 만큼 유럽 시장이 네이버와 카카오를 중심으로 해외 플랫폼들의 새로운 도전과 격돌장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5) 투자와 도전 : IP확장 성과가 가른다

‘웹툰의 특징’이라고 하면 가장 먼저 스크롤이 떠오릅니다. 그런데 에디터는 ‘확장성’과 같은 키워드를 추가하고 싶습니다. 특히 웹툰이 가진 가능성이 가장 많이 주목받고 있는 건, 웹툰이 IP확장의 교차로가 되고 있기 때문이니까요.

그래서 일단 지금 주목해야 하는 건 웹툰 자체의 성과기도 하지만, IP확장의 성과기도 합니다. 그런데 시장 상황이 급속도로 얼어붙으면서 유동성이 말라붙었고, 이 상황에서 IP확장 투자가 이어질 수 있을지 불투명합니다.

 

 

바로 이 지점이 2023년 웹툰의 키워드가 투자와 도전인 이유입니다. 매력적인 작품으로 도전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 그리고 과감한 투자가 나올 만큼 실력을 갖추고 있는지가 중요하기 때문이죠. 과감하고 상대적으로 큰 투자금이 들어오던 지난 2년과 달리, 앞으로는 신중한 투자가 이어질 겁니다. 그렇다면 결국 실력이, 그리고 IP확장의 성과가 성공을 가르는 중요한 지표가 될 겁니다.

이 과정에서, 웹툰 시장이 겪어보지 못했던 풍파를 맞게 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실력보다 부풀려진 평가를 받은 곳들은 위험할테고, 실력에 비해 낮은 평가를 받던 곳들은 성장하게 될 겁니다. 누군가는 이걸 겨울이라고 표현할 거고, 누군가는 기회라고 부를 겁니다.

누군가 OSMU와 IP확장을 구분하는 기준을 물으면, 에디터는 ‘주체’로 함께 움직이면 IP확장, ‘객체’로 분리되어 별개로 만들어지면 OSMU라고 답하곤 합니다. 웹툰의 ‘확장성’은 웹툰이 주체로 있을 때, 즉 IP확장의 드라이브를 함께 걸 때 시너지를 일으켜 왔습니다. 결국 그 힘은 오리지널리티에 있고, 내년의 투자와 도전이 목표로 하는 것은 ‘오리지널’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지금까지 2023년의 키워드를 알아봤습니다. 사실 명쾌한 정답이 있다기보단, 언제나 그렇듯이 현재의 시점에서 눈에 띄는 키워드들을 짚어봤습니다. 그럼, 올 한해 잘 마무리하고 내년에 신년 칼럼으로 찾아뵐게요. 따뜻한 연말 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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