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웹툰이 글로벌 시장에서 현재 가장 주목하고 있는 곳은 유럽일 겁니다. 네이버웹툰은 유럽에서도 스페인과 프랑스, 그리고 독일에 진출 해 있습니다. 언어권으로 따지면 영국에도 진출해 있긴 하지만, 북미대륙을 중심으로 봐야 하니 약간 경우가 다르죠. 또, 네이버웹툰은 지난해 가칭 ‘웹툰 EU’를 설립해 유럽시장을 총괄할 법인을 두는 등 유럽시장 개척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카카오가 진출한 카카오픽코마 프랑스의 경우엔 아직까지 현지 작가를 발굴하거나, 프로덕션을 만들거나 하는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일본 망가 위주의 서비스가 이어지고 있는데, 이건 프랑스 현지의 만화시장 약 40%가 일본만화이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네이버웹툰은 첫 진출한 2019년 말부터 지금까지 100% 웹툰만 서비스하고 있습니다.

2019년 말에 진출한 프랑스와 스페인, 그리고 2021년 3월 문을 연 독일까지 네이버웹툰 서비스들은 무슨 차이가 있을까요? 오늘 알아볼 건, 유료 결제하는 정식연재 작품이 아닙니다. 정식 연재의 형태는 사실 똑같거든요. 

오늘 집중적으로 다룰 건, 아마추어 연재처인 ‘캔바스(CANVAS)’입니다. 네이버웹툰이 서비스하고, 캔바스라는 이름도 같은데 형태가 다릅니다. 뭔가 이상하죠? 무엇이 어떻게 다르고, 왜 그런걸지 한번 생각해봤습니다.

 

* 사전정보: 캔바스가 뭐냐

자, 먼저 캔바스가 뭔지 알아보죠. 일단 캔바스는 한국의 도전만화-베스트도전 시스템과는 다릅니다. 우리나라의 도전만화 시스템이 정식 연재로 가기 위한 관문의 느낌이라면, 해외에선 두가지 길이 있습니다. 첫번째는 우리나라처럼 정식 연재 루트를 밟는 것, 두번째는 캔바스에서 연재하면서 수익화를 꾀하는 것.

이 사례는 박인하 SWA 이사장님이 쓰신 글(링크)에도 잘 나타나 있습니다. 바로 <허트스토퍼>라는 작품인데, 이 작품은 애초에 독립만화로 제작된 퀴어만화입니다. 그런데 그걸 캔바스에 올렸다가 반응이 대박이 나면서 넷플릭스 드라마로도 나왔죠.

그리고, 지금도 캔바스에서 서비스 중입니다. 어떻게 이게 가능했냐구요? 바로 패트리온(Patreon)의 존재 때문입니다. 네이버웹툰은 2016년부터 지금까지 패트리온 애드온을 캔바스에 달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패트리온은 말하자면 ‘팬 기반 구독 서비스’인데, <허트스토퍼>를 연재중인 앨리스 오스만(Alice Oseman) 작가는 2023년 2월 1일 기준으로 10,993명에 달하는 후원자를 가지고 있습니다.

 


 

1달러, 2.5달러, 5달러 세가지 티어가 있는데 모두 1달러라고 해도 1만 993달러인 셈이죠? 10,993 달러는 우리 돈으로 1,352만원입니다. 아무데도 정기연재 안 하는데 수익이 최소 1,352만원이 나는 거죠. 그런데 최고 인기 티어는 5달러짜리 티어입니다. 중간값인 2.5달러로 계산하면 27,482달러 정도 되는데, 이러면 3,380만원입니다.

<허트스토퍼> 사례는 결국 ‘마블과 DC가 아니어도’ 만화가로 먹고 살 수 있다는 걸 보여줬습니다. 일정 금액을 지불할 팬을 확보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써 캔바스가 매력적인 곳으로 작동할 수 있다는 실증적인 사례가 등장하면서, 꽤 많은 작가들이 ‘패트리온’ 모델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이 미국의 캔바스를 가운데에 두고 비교를 해 볼 겁니다.

 

* 프랑스: 미국과 같은

자, 프랑스는 기본적으로 미국과 같습니다. 정식 연재가 있고, 캔바스에서는 패트리온을 붙여서 수익화를 꾀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True Seba 작가가 연재하는 <Summer Boo>같은 경우엔 1,447명이 패트리온으로 후원중인데, 1~5유로 후원 패키지가 있습니다. 최소로 계산해도 약 한달 190만원 정도를 후원받고 있다는 계산이 나오고, 중간으로 계산하면 대략 491만원 정도 됩니다.

 

 

 

그럼 왜 프랑스는 미국과 같은 모델을 가지고 있을까요? 정확한 답은 네이버웹툰이 알겠지만 우리는 추측해볼 수 있습니다. 바로 프랑스의 만화시장 상황을 토대로 말이죠. 프랑스의 만화 시장 규모는 대략 8천억원 가량입니다. 이 중 40%가 일본만화고, 나머지 60%정도가 프랑스 만화죠. 그만큼 일본만화의 영향력이 강하고, 출판으로 만들어져 있어 한국과는 아주 다른 시장이 형성되어 있습니다.

다만 작가는 있고, 그 작가들이 어떻게 먹고 살지에 대한 문제는 상존합니다. 네이버웹툰은 이 틈을 파고들었던 걸로 보입니다. 북미에서도 ‘마블과 DC 아닌’ 만화를 그릴 수 있는 공간으로 캔버스를 열었던 것처럼 말이죠.

 

* 스페인: 어디에도 없는

그런데 스페인은 모습이 조금 다릅니다. 스페인 만화시장도 프랑스와 크게 사정이 다르진 않습니다. 15만명이 찾는 유럽 최대 만화축제중 하나인 바르셀로나 살롱 델 코믹의 주요 주제는 일본 망가니까요.

그러나, 스페인의 캔바스는 미국이나 프랑스와는 다릅니다. 특히 웹과 앱의 차이를 두었다는 점이눈에 먼저 띕니다. 조회수 910만, 찜 12만 8천, 좋아요 140만에 이르는 인기작 <I’ll Be in Your Care>를 살펴보도록 하죠. 

 

  

 

일단 웹페이지로 접속하면 별 다를 것 없어 보이는데, 패트리온 후원하기 버튼이 없고 무언가 메시지가 있습니다. 메시지를 해석해보면 ‘앱에서 새로운 2개의 에피소드를 만나보세요’라는 말입니다. 그럼 앱으로 한번 가 보면, 숨겨져 있던(?) 두개의 에피소드가 보입니다.

 

  

 

여기서 저 선물상자 모양이 있는 회차를 클릭하면 ‘광고 보기’가 뜹니다. 광고를 보면 다음 회차를 볼 수 있는 건데, 말하자면 네이버웹툰의 미리보기와 같습니다. 왜 이렇게 했을까요?

첫번째로는 패트리온을 연동시켰을 때 네이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이 있습니다. 네이버웹툰이 패트리온 후원을 연동시킨다고 해도, 네이버웹툰이 받을 수 있는 건 딱히 없습니다. 서비스 내에 버튼 하나 달아놓은 걸 가지고 수수료를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무엇보다 그냥 외부 서비스니까요.

그런데 광고는 이야기가 다릅니다. 플랫폼이 제공하는 광고 수익의 일부를 받을 수 있고, 두번째로는 앱 설치를 유도할 수 있습니다. 뭐 효과가 얼마나 될지는 알 수 없지만, 0에서 +로 바뀌는 건 긍정적인 거니까요. 

 

  

왼쪽은 프랑스, 오른쪽은 스페인.

 

재밌는 건, 아까 예시로 본 <Summer Boo>가 프랑스 뿐 아니라 스페인에도 연재되고 있다는 겁니다. 번역해서, 같은 작가가 말이죠. ‘글로벌 연재’가 아마추어 단에서 벌어지고 있는 셈입니다. 그것도 공식으로요. 이정도면 충분히 매력적이지 않나요?

 

* 독일: 아직 정해지지 않은

상대적으로 후발주자인 독일 이야기는 짧습니다. 아직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았거든요. 독일에는 패트리온도, 광고도 아직 없습니다. 충분히 시장이 형성되지 않았다는 얘기겠죠. 그도 그럴 게, 독일에 진출한 것이 2021년 3월이니까 이제 2년차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아마 올해 정도에 변화가 있지 않을까? 하고 조심스럽게 예상해봅니다. 네이버웹툰이 2014년 미국에 진출해 2016년 패트리온을 런칭했던 것이 3년차였으니까, 올해 햇수로 3년째가 되는 독일에서도 새로운 서비스를 할 수 있겠죠.

그 방식은 어떤게 될까요? 저는 광고 방식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패트리온 방식으론 네이버웹툰이 얻을 수 있는 것이 크게 많지 않으니까요.

 

* 왜 이렇게 하고 있을까?

자, 그럼 네이버웹툰은 왜 이렇게 캔바스에 별도의 수익모델을 활성화시키는 걸까요? ‘연재시킬 수 있는 힘’은 꽤나 중요한 것 아니었나? 싶기도 하죠. 사실, 답은 간단합니다. 파이를 키우는 것이 플랫폼에 무조건 유리하기 때문입니다.

플랫폼 비즈니스에서 더 큰 파이는 더 많은 고객을 의미합니다. 웹툰에서 더 많은 이용자를 확보하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건 무엇일까요? 결국 좋은 작품입니다. 그런데 그 ‘좋은 작품’들을 골라내고 하는 것도 결국 비용이죠. 그것도 굉장히 어려운 일입니다. 어딘가에 숨어있는 작가를 찾아내고, 이 서비스를 이해시키고, 연재시스템에 맞춰서 만들 수 있게 설득하고… 이건 그냥 열정으로 되는 게 아니라 결국 비용입니다.

그런데, 아마추어들이 찾아와서 연재하는 플랫폼을 이미 가지고 있다면? 거기에 동기부여를 할 수 있는 요소를 구축하는 것 만으로도 큰 도움이 될 수 있죠. 그리고 그 동기부여가 외부의 요소였던 패트리온에서, 내부에서 작동하는 광고 모델로 전환해 충분한 수익을 보장할 수 있다면?

아마추어 연재에 동기를 부여할 뿐 아니라 추가 수익화도 가능한 시스템이 만들어지는 거죠. 한국에서는 딜리헙, 포스타입, 투비컨티뉴드 같은 다른 플랫폼들이 그 역할을 어느정도 해내고 있고, 해외에서는 그런 시스템 자체가 없다보니 가능했던 전략입니다.

 

  

 

실제로 네이버는 캔바스를 웹툰이라는 시스템 내의 별도 플랫폼처럼 언급하곤 합니다. ‘웹툰’은 오리지널 독점 연재작, 그리고 ‘캔바스’는 아마추어들이 연재하는 플랫폼인 거죠. 웹툰이라는 하나의 브랜드가 아니라, ‘웹툰’과 ‘웹툰 캔바스’가 별도의 브랜드인 겁니다. 새로운 작가 풀을 키워내기 위한 방법, 그 중에서 정식연재로 갈 수 있는 작가를 키워낼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면 캔바스는 최적의 플랫폼입니다. 그리고 그 가운데 네이버웹툰은 프랑스에서는 학교들을 돌며 설명회를 열기도 하고, 새로운 작가들을 키워내기 위한 온라인 강연도 개최하고 있습니다. '판'을 키우는게 네이버웹툰의 전략인 셈입니다.

 

‘망가카’가 일본인을, ‘만화가’가 한국인을 말한다면 이제 ‘웹툰 작가’는 글로벌 누구나 될 수 있습니다. 얼마 전 저희 인터뷰에서 이야기했던 말레이시아에 살면서 미국에 연재하는 작가(링크)가 나오는 시대입니다. 단순히 갑을관계가 아니라, 파트너로서 플랫폼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전략이 앞으로 더 중요해질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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