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상반기에 새로운 ‘웹툰’ 형식의 플랫폼을 운영하겠다고 나선 경쟁자들이 있습니다. 굳이 ‘경쟁자’라는 이름을 쓴 이유는, 이들의 출발지가 한국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글로벌, 정확하게는 미국과 일본이 새로운 플랫폼을 선보이거나, 런칭을 예고했습니다.

새로운 플레이어는 언제나 환영! 인 건 게임일 거고, 우리는 경쟁자이자 파트너로 가능성이 있는 곳들이니 한번 알아봐야겠죠?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아마존, 애플, 코단샤, 슈에이샤의 플랫폼들이 어떤 모습인지 한번 알아보도록 하죠.

 

1. 아마존: 플립툰

 

 

가장 먼저 포문을 연 건 아마존입니다. 아마존은 2022년 매출액만 658조에 이르는, 명실공히 글로벌 최대 유통-IT기업입니다. 아마존은 책 파는 곳 아니냐고요? 한국에서는 아마존이 공식 서비스를 런칭하지 않고 11번가와 협업해서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아마존은 아마존 프라임으로 잘 알려진 글로벌 유통서비스 뿐 아니라 AWS(Amazon Web Service)라는, 전세계 점유율 1위의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기도 합니다.

거기에 콘텐츠에서도 결코 만만하게 볼 기업은 아닙니다. 구독자 수로 약 2억명이 이용중(아마존 프라임 구독자+글로벌 구독자 합계 추산, 출처=Flixpatrol)인 서비스인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는 아마존의 대표 콘텐츠 서비스죠. 뿐만 아니라 북미지역에서 가장 많은 만화책을 서비스하는 코믹솔로지(ComiXology)역시 아마존의 독점 서비스입니다. 뿐만 아니라 2022년 전세계 스트리머만 7백만명이 넘는 트위치(Twitch)역시 아마존의 서비스입니다. 이쯤되면 조금 무섭죠?

이 아마존에서 웹툰 서비스를 3월 시작했습니다. 지난 3월 7일 런칭한 ‘플립툰’입니다. 플립툰은 아직까지 크게 주목받지는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요, 일단 런칭 시점에서는 일단 <나의 어준>(임리라, 임소리), <이계전환 수호대 버스터즈>(카트맨, 전경민), <달고나 일기>(달고나)등 아마존 플립툰에서만 서비스되는 독점작과 <아도니스>, <허니 블러드>등 비독점작을 포함 수백 작품이 런칭됐습니다. 또한 아마존에서는 일본 작품을 포함해 인기 타이틀을 순차적으로 늘려나가고 있습니다.

플립툰은 기본적으로 매주 업로드가 기본인데, 아직까지는 비독점작이 많아 보입니다. 다만, ‘기다리면 무료(Wait for free)’를 런칭 시점부터 제공하고 있다는 점이 가장 특기할만한 점입니다. 아마존판 ‘기다무’의 ‘기다리는’ 시간은 23시간이라는 점도 역시 다른 플랫폼과는 조금 다릅니다.

물론, 아직까지 앞서 설명한 이름값에 비하면 아쉽습니다. 런칭 10일이 다 되었지만 ‘대박작품’이라고 할 만한 작품의 런칭 소식은 아직 들리지 않고 있습니다. 물론, 런칭과 함께 작품을 제작하기 시작했다면 아직 조금 걸리겠죠? 그리고,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의 사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는 2006년 9월 ‘아마존 언박스(Amazon Unbox)’라는 이름으로 런칭했습니다. 그리고 별 성과 없이 2008년에는 ‘아마존 비디오 온 디맨드(Amazon Video On Demand)’, 2011년에는 ‘아마존 인스턴트 비디오(Amazon Instant Video)’, 그리고 2012년에서야 MTV 등 다양한 케이블 채널들의 영상을 볼 수 있는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라는 이름으로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그리고도 이렇다할 성과를 올리지 못하며 성과 없이 남의 서비스를 제공하느라 돈만 축낸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습니다. 그러다가 2015년, “Man in the High Castle(한국어 제목: 높은 성의 사나이)”가 공개되며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의 킬러 컨텐츠’라는 평가를 받기 시작했습니다.

플립툰은 이제 막 시작한 서비스입니다. 런칭으로부터 9년, 현재의 서비스 꼴을 갖춘 다음 3년이 지나고서야 제대로 된 대표작이 공개됐던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의 경우를 생각한다면, 만약 아마존이 웹툰에서 ‘제대로 된’ 정식 작품을 공개하기로 결심하고 본격적인 투자를 시작하는 시기가 진짜 승부일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까지는 일단 ‘런칭 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어야 할 것 같네요.

 

2. 애플: 애플북스

 

 

 

다음은 애플입니다. 애플은 3943억 달러, 한화로 약 505조원에 달하는 전세계 스마트폰 시장의 18% 가량을 점유(Counterpoint 기준)하고 있는, 전세계 최대 IT 기업입니다. 콘텐츠 업계에서도 구독 서비스인 ‘애플 아케이드’, 음악 서비스 ‘애플 뮤직’, OTT 서비스인 ‘애플 TV+’ 등 다양한 서비스를 운영중입니다. 그리고, 국내에서는 서비스를 거의 하지 않지만 뉴스 구독 서비스 ‘뉴스스탠드’, 그리고 도서 구매 서비스인 ‘애플북스’를 운영중이기도 합니다.

물론, 애플은 아직까지 콘텐츠 분야에서 직접 ‘킬러 콘텐츠’를 만든 경험이 OTT 서비스를 제외하면 딱히 없습니다. 다수의 CP사에서 작품을 가져와 공개하는 아마존 플립툰과 달리, 애플은 애플북스의 메인 CP(MCP)를 한국 기업인 케나즈로 선정하고 케나즈가 애플북스의 웹툰 서비스를 단독으로 선보일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아직은 플립툰과 마찬가지로 일본에서만 서비스하고 있죠.

애플은 지난 4월부터 웹툰 서비스를 하고 있는데, 약 두달이 지난 지금까지 케나즈가 선보인 작품들 외에는 다른 제작사의 작품은 선보이지 않고 있는 것으로 파악됩니다. 다만, 지금까지 성적을 논하기엔 너무 시간이 짧아서 앞으로를 더 지켜봐야 하는 플랫폼입니다. 

 


 

콘텐츠 분야에서 ‘대성공’이라고 할 만한 경험이라면 “파칭코(Pachinko)”, 오스카상 수상작인 “코다(CODA)”정도가 있습니다. 애플은 ‘양보다 질’을 핵심 전략으로 삼고 있는 것으로, OTT 업계에서는 분석합니다. OTT 서비스 런칭 후 최단기간만에 오스카를 받은 “코다”와 같은 사례가 바로 그 증거입니다. 애플이 만약 웹툰에 어떤 ‘퀄리티의 기준’을 가지고 있다면, 직접 퀄리티 컨트롤에 나서는 작품이 나오게 될지를 지켜보는 것도 관전포인트겠습니다.

 

3. 코단샤: K-MANGA

 

 


 

다음은 코단샤입니다. 1909년 설립되어 수차례 이름을 바꾸다가 1958년 ‘주식회사 코단샤’로 지금까지 운영되고 있으며, 일본 전체로 봐도 3손가락 안에 들고, 전세계로 보면 15위 안에 드는 초거대 출판사입니다. 

코단샤는 ‘일본 3대 만화사’로 항상 꼽히는데, 2023년 지금의 우리에게 잘 알려진 일본 망가로는 <진격의 거인>, <도쿄 리벤저스>, <5등분의 신부>, <일곱개의 대죄> 등이 있습니다. 이런 대표적인 망가 출판사가 ‘웹툰’을 한다는 뉴스가 났습니다.

미국을 겨냥해 지난 5월 앱을, 그리고 6월 웹서비스를 시작한 겁니다. 그런데 이름이 조금 독특합니다. K Manga가 바로 그건데요, 왠지 K-는 우리 건데(?) 일본 출판사가, 그것도 ‘세로 스크롤’을 내세운 플랫폼에 달려있으니까 조금 기분이 이상하네요.

아무튼, 코단샤가 ‘글로벌 온라인 망가 플랫폼’을 런칭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바로 2020년 글로벌 온라인 망가 구독 서비스 ‘망가모(Managmo)’를 런칭한 바 있습니다. 코단샤가 중심이 되어 총 12개 출판사가 ‘슈에이샤 빼고 다 모여!’를 외치고 슈에이샤의 ‘소년 점프 플러스’를 저격한 서비스를 내놓았지만 그다지 성과가 좋지는 못했던 모양입니다. 그래서일까요? 이번에는 아예 미국을 겨냥한 K Manga를 내놓았습니다.

그런데 ‘본격 웹툰 서비스’라고 하기엔 이 K Manga는 웹툰 서비스가 없다고 봐도 무관합니다. 페이지 만화를 ‘가로로 넘겨서’ 볼지, ‘세로로 스크롤해서’ 볼지 선택하는 정도거든요. 게다가 가격도 이미 미국에서 망가 서비스를 하고 있는 구독모델, 비즈미디어(VIZ Media)의 VIZ 구독 서비스의 1.99달러보다 훨씬 비싼데, 대략 900원~1800원 사이로 한 회차를 감상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황이라, 본격 웹툰 서비스를 시작하게 될지 아직은 조금 지켜봐야겠습니다.

 

4. 슈에이샤: 점프툰


 

 

그에 비해 ‘본격 웹툰’을 선언한 일본 출판사도 있습니다. 바로 일본 최대 만화사, 슈에이샤의 ‘점프툰’입니다. 점프툰은 지난 5월 말 갑작스럽게 런칭을 알렸는데요, 여기서는 아예 본격적으로 ‘세로 스크롤 망가 서비스’라고 명시해서 웹툰 작품을 선보일 것임을 공식화했습니다.

거기에 소개 문구에 ‘세계적인 히트를 목표로 한다’고 글로벌 진출을 공식화한 만큼, 점프툰이 슈에이샤의 ‘세로 스크롤 망가’, 즉 웹툰 형식의 망가 서비스가 될 수 있을지 지켜봐야겠습니다. 엥? 왜 지켜봐야 하냐구요? 당연하죠. 슈에이샤의 점프툰은 내년 상반기 런칭을 목표로 준비중이라고 알렸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점프툰 공모전’도 진행중입니다. 점프툰 공모전의 상금은 대상 100만엔으로 약 900만원 가량입니다. 음, ‘슈에이샤’ 이름 치고는 조금 적죠?

점프툰의 특기할만한 점은 런칭과 동시에 ‘편집장’이 누군지 공개했다는 겁니다. 바로 아사다 타키노리(浅田 貴典)인데, 이 분은 <원피스>, <블리치>, <아이실드 21>등 점프를 대표하는 작품들을 담당하며 90년대부터 00년대 ‘점프 황금기’를 이끈 인물입니다. 담당 작품만 봐도 00년대~10년대를 대표하는 “원나블” 중 <원피스>와 <블리치>를 담당했다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죠. 참, 이 분은 <원피스>의 결말을 아는 소수의 사람 중 하나라고 하네요.

문제는 바로 여기서 시작합니다. 슈에이샤가 강점을 가진 부분과, 웹툰 플랫폼의 방식이 맞지 않는다는 겁니다. 슈에이샤가 강점을 가진 부분은 ‘편집장’ 이하 ‘편집자’들의 노고가 작가와 시너지를 일으켜 엄청난 파괴력을 가진 작품들을 끊임없이 만들어냈다는 점입니다. 거기에 잡지 시스템을 통해 선택받은 소수의 작품과, 그에 도전하는 작품들이 끊임없이 순환하며 연재되어 막강한 소수정예 시스템을 갖추고 있습니다. 잡지 한 권에 대략 20작품이라고 가정했을 때, 매일 대략 3작품 정도가 선보이게 됩니다. 이건 해도 너무 적죠?

그래서 생각해 본 것이, 이미 연재한 작품들을 스크롤로 변경해 선보이는 서비스입니다. 그런데 그러면 ‘세로 스크롤 만화’라는 선언을 생각하면 약~간 아리송합니다. 그쵸? 그래서 일단 생각해 본 것이 ‘소년 점프 플러스’입니다. 이미 글로벌 서비스를 런칭해서 운영해 본 경험이 있는 슈에이샤라면 어떤 힌트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하고요.

살펴본 결과로는 일단 ‘소년점프 플러스 전용’ 작품이 있고요, ‘주간 소년 점프’에서 연재중인 작품의 서비스도 함께 되고 있습니다. 물론, 스마트폰에서 볼 수만 있지 그게 ‘스크롤 웹툰’형식은 아니죠. 그래서 일단 신규 작가들의 단편을 볼 수 있는 단편 모음과 함께 공들여 만든 작품을 연재하는 방식, 또는 기존 작품의 스크롤화를 함께 병행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바로 네이버웹툰에서 연재중인 <지옥락>처럼 말이죠.

그런데 그럼 작품별로 판매할 것인가? 구독을 할 것인가 문제가 남습니다. 일단 ‘소년 점프 플러스’처럼 잡지 형태의 구독과 작품별 개별 감상이 모두 가능할 것 같긴 한데, 어떤 작품을 어떻게 선보일지부터 비즈니스 모델까지 아직까진 베일에 싸여 있어 내년 상반기를 기다려봐야겠네요. 

 

지금까지, ‘세로 스크롤’과 웹툰에 중점을 맞춘 글로벌 플랫폼들을 살펴봤습니다. 아직까지 한국 웹툰의 명실공히 경쟁상대라고 할 수 있을만한 곳은 아닌 걸로 보이지만, 방심은 금물입니다. 이 플랫폼들이 좋은 자극제가 되어 우리나라 작품들이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면, 서로 좋은 자극제가 되지 않을까 기대하게 됩니다. 그럼, 에디터는 다음 칼럼으로 찾아오겠습니다. 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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