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백구 상담소, 뜬금없이 위로받다 - WIIZM WEBTOON (WEBTOON INS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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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백구 상담소

구백구 상담소, 뜬금없이 위로받다


구백구 상담소

official icon 구백구 상담소, 뜬금없이 위로받다

심란하고 답답한 문제가 있었다. 주변에 아는 분이 아주 용한 점쟁이가 있다며 찾아가 보라 했다. 이성적이고 지적 수준 높은 그가 권하길래 솔깃했다. 얼마나 용하길래 그렇게까지 다 맞춘다지. 내 불안정한 미래에 실마리라도 주려나 싶어 속는 셈 치고 찾아갔더랬다. 허름하여 간판조차 없는 그곳을 어렵사리 찾아가서 운명을 점치는데 너무 뜬금없이 위로받고 말았다. '그동안 참 힘들었는데 이제 좀 살만 해지려나 보다' 아기동자가 하는 말이 왜 그렇게 안심이 됐을까? 물론 그 점쟁이가 읽어준 내 미래는 그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내가 지불한 복채는 복잡한 마음에 위로받는 대가였다.




저스툰에서 만난 <구백구 상담소>가 그런 이미지로 다가왔다. 너무나도 병맛(!)의 그림체에 연필과 색연필로 쓱쓱 그려냈는데 그게 또 은근 섬세하다.

상담소장인 '나'를 찾아오는 내담자들은 '행복해지고 싶다' 한다. 상담사라면 내담자의 마음을 위로하고 보듬을 줄 알아야 한다고 알고 있었다. 그런데 '나'는 담담하기만 하다. 그들이 그 앞에서 울거나 토로하거나 분노하거나 그건 그들의 몫이라는 듯 멀기만 하다. 상담사와 내담자 사이의 테이블 거리만큼.




'나'도 사람이었다. 무력감으로 점철되어 그저 우울이 일상인 듯 삶의 이정표 없이 에너지가 나지 않는 삶의 순간들도 살아냈다. 왜 무언가를 해야만 할 것 같지만 뭘 해야 할지 알 수 없으니 그냥 누워있을 수밖에. 우울해지고 지루해지고 무력해지는 것은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순간이었다. 그러다 이 즈음이면 되었다 싶을 때를 만난다. '나'는 '팔고 싶은 것을 파는 가게'에서 보라색 모자 하나를 샀다. 너무나 상징적인 모자 하나. 그것을 쓰니 다시 살고 싶어졌을까. 다시 걷고 싶어졌을까. 다시 무언가 하고 싶었을까.




상담소를 열어놓고 상담사의 본분과 역할에 휘둘리지 않고 그저 하고 싶은 말, 하게 되는 말을 적당한 거리 사이에서 하고 있다. 그런데 그게 또 괴상하게 위로가 된다. 거리가 이만큼이라 일상에서 상처받을 말들에 상처 따위 받지 않는다. 상담소를 열어놓았다고 그가 신도 아닌데 어찌 다 알겠나. 마음이 가는 대로 가게 두는 것일 뿐. 상담방이라는 특별한 공간 안에서 나누는 이야기들은 마법 같은 힘을 발휘해 어떤 말이라 해도 내담자가 듣고싶은대로 들리는 지도 모른다.




병맛(!) 같은데 또 이상하게 끌리는 매력이 있다. 상담사인 '나'는 외계인과 결혼했다. 실제 외계인과 결혼했다는 것인가? 설정이 얼마든지 그럴 수도 있겠다 싶다. 하지만 '나'는 자신과 다른 남편을 '외계인'이라 지칭하고 있을 뿐이다. (나중에 변모할지도 모른다. 외계인이니 어느 날 갑자기 외계의 세계로 떠나버리는 장면이 나올지도.) 나와 다른 너무나 다른 사람과 한 집안에서 산다는 것, '이 사람은 외계인이 아닐까. 지구상에 있는 존재일까.' 한 번쯤 의심해 볼 수 있으니까. 상담사이지만 보통 사람인 '나'의 입장에서 삶을 조망하고 한편, 내담자들을 만나 세상 다른 사람들을 만난다. 자신의 이야기를 심각하게 하는 내담자들의 이야기를 담담히 듣다가 '쪼옥'하고 진하게 내린 커피 한 모금을 마시는 것으로 '나'는 의문을 던지거나 단호하게 답을 내린다. '당신의 이야기는 참으로 쓸데없는 바보 같은 이야기군요.'라고 말하지 않는다. '고민 하나쯤 가지고 사는 것 어때요...?' 그래도 괜찮은 삶이라고 말하고 '될 수 있냐 없냐 묻는데 될 수 없어요.' 포기하라는 말이지만 상처되지 않는다. 




웹툰을 본 독자들의 댓글이 많지 않지만 심심치 않게 이런 댓글을 만난다. '이 상담소 어디인가요.', '이상하게 계속 보게 된다.'라고. 나 역시 그렇게 되어가고 있다. 우리는 살면서 대단한 전문가를 만나면 내 삶의 지침을 들을 수 있을 거라 믿지만 사실 엉뚱한 곳에서도 고민의 해결점을 만나기도 한다. 그러고 보면 우리 안에 답이 있어서는 아닐까. '나'는 도통 잠을 못 자는 내담자에게 네 가지 솔루션을 제시했다. 그 해결책이 너무나 엉뚱하다. 지루한 친구를 만나서 이야기를 들어라, 하루 3시간씩 걸어라, 밥을 많이 먹어라, 만화책을 읽어라. 말이 안 될 것 같은 솔루션을 따라 보니 잠을 잘 잔다. 밑져야 본전이다. 엉뚱하게 하지 않았던 일을 좀 질러보면 어떤가. 그래도 괜찮은 삶인 것을. 인간의 특권인 양 고민하고 걱정하고 생각이 많아야 사는 것이라 착각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좀 더 단순해지고 하지 않아도 될 고민들은 좀 집어치워버려도 좋은데. <구백구 상담소>가 강요하지 않은, 엉뚱한 병맛(!)에 길들여져서 조금 가벼워질 수 있다면 당신도 나와 같은 마음으로 이 웹툰에 빠져들고야 말 것이다.



한줄평) 위로하지 않는데 뜬금없이 위로받다


장점

  • 병맛인데 매력적인 캐릭터와 설정
  • 단순한 작화
  • 묘하게 연결되는 개연성
  • 엉뚱한데 치밀함
단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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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앨리스
  • 작성자 : 착한앨리스
  • 작성일 : 2018/10/29 -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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